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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요리 삼매경에 빠지다.

주말 이틀을 끙끙대며 앓으면서도 식구들을 위해 특식을 마련했다.

일년 동안 정신없이 내돌린 몸뚱이가 비교적 조금 한가해지니, 결국 말썽이다.

산에라도 가고 싶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무거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도 마냥 누워 있으면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아 모처럼 식구들을 위해 저녁이면

이것저것 요리도 해 보곤 하지만....

목요일에 딸과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한 덕에 밤중에 딸이 염색을 해 주면서, 약냄새

가 독하다고 문을 열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헌 반팔티만 입고 한 시간 이상을 찬

바람 쐬며 앉아 있었더니...

지난 주는 월-수요일 스키캠프로 단체 아이들을 인솔하여 3일을 보냈다. 스노우보

드를 좀 배우다가 만신창이가 되었다. 예전의 운동 신경만 믿고 도전했다가 너무 많

이 넘어져서 죽는 줄 알았다. 불어난 체중 때문일까? 암튼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별

재미를 못 느끼고, 아이들 뒤치닥거리만 하다가 왔다. 아이들 스키나 보드 타는 시간

엔 절반은 타고 절반은 쉬고....

금요일,출근을 하는 날에 하필 그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2시간 30분이나 걸려 출근

하는 동안 계속 콧물이 나오고, 다리는 뻣뻣해지고....그래도 앞차들이 픽픽 돌아가

걸 보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하루종일 꼼짝 않고 앉아서 그간 밀린 일과 편

집할 일을 하다 보니 이미 퇴근 시간은 지나고 말았다. 저녁 때는 길을 잘 택해서 다

른 길로와 봤더니 다행히도 밀리지 않고 비교적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처럼 식구들이 좋아하는 해물탕을 끓여서 맛있게먹었다.사 온 해물탕 재료에 집

늘 비치하는 미더덕과 새우를듬뿍더넣고 끓이는 것이 나만의 노하우다. 시원하

게 잘끓여져 맛있게 먹는 식구들. 그러나 계속 콧물이 줄줄이다. 비상감기약을 먹으

니 좀 나아졌지만, 티비 보고, 책보고 컴퓨터로 작업 좀 하고 보니 취침시간은 새벽

3시가 넘고...

토요일은 모처럼 산에 가려고 일찍 일어났지만, 몸이 영 아니다. 다리가 뻣뻣하고

온몸이 쑤시고, 콧물은 다시 줄줄....낮에는 헤매다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엔 조금 나

아지다가, 어질 시간이면 속절없이 또 줄줄....

아침 일찍 중요한 시험을 보러 가는 딸을 깨워 놓기만 하고, 다시 누울 수 밖에 없었

다. 10시 쯤 일어나 컴퓨터를 좀 뒤적이고 입맛도 없어서 방에서 칩거하듯이 누웠다

앉았다를 되풀이했다.

12시 조금 지나니, 시험을 다 본 딸이 무사히 마쳤다면서 문자가 온다. 통화를 하면

배고프지 않냐고 뭐 좀 사 먹고 오지 그러냐고 했더니, 그냥 집에 가서 먹겠단다.

부랴부랴 김치 볶음밥을 만들었다. 작은 딸도 전부터 해달라고 했던 건데...

특제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소고기도 넉넉히 넣고, 갖은 야채와 잘 익은 김치를

어서 만드니 맛이 그저 그만이었다. 음식이 완성될 즈음 큰 딸이 도착했다. 어젯

밤 잠을 잘 못 자서 얼른 먹고 자고 싶다고 했다. 시부모님도 맛있게 드시고, 두 아

이들과 다섯 식구가 아주 맛있게 먹었다. 계란 지단도 너무 잘 붙여졌다는....

저녁 때는 남편은 친목회에서 멀리 영흥도로 간다고 오늘 못 들어온다고 했고, 식

구들이 좋아하는 골뱅이소면을 하기로 했다. 골뱅이 캔을 두 개나 까서 맛있게 해

서 먹었다. 작은 딸 친구까지 와서 같이 먹은 저녁, 포식을 한 아이들은 모처럼 친

구들 만나러 나가고,부모님은 방에 들어가서 두 분이 조용히 계시고....나 혼자

모처럼 호젓하게 티비를 보았다.

아이들은 밤늦도록 나타나지 않고, 아무리 다 큰 딸들이라지만 얼굴 보고 기다리

다 자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딸이 저녁 때 사주고 나간 약은 잠이 어찌나 쏟아지게

하는지....

새벽 일찍 들어온 남편이 산에 가겠단다. 나도 일요일에는 꼭 가려고 별렸기에남

편을 따라 나서려고 했는데 몸이 개운치 않아서 그만두었다.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끼치게 못 따라붙으면 안되니까....몸이 완전히 뻗은 것도 아니고, 뻣뻣하던 다

리는 나았으니 청소에 빨래에 여기저기 닦기도 하였더니 또 몸이 뻐근하다.

저녁 때는이웃 블로그에서 힌트를 얻은 메뉴로 쌀떡볶이를 하기로 했다. 떡국

으로 드려고 하는데양배추도 없고, 어묵도 없어서 운동 삼아 잠시 가게에 다녀

왔다. 일부러 조먼 곳으로 갔다. 운동도 할 겸....

떡볶이는 성공적으로 맛이 기가 막혔다.

"엄마, 우리 김밥집 하면서 떡볶이 추가 해서 장사해도 잘 팔리겠어요!"

우리 큰딸의 아부성 발언, 전부터 김밥 먹고 싶을 때는 꼭 그런다.

싸달라는 것보다 더 무섭다. 며칠 전에도

"엄마, 우리 김밥집 이름을 지어 볼까? 엄마의 김밥 솜씨는 여러 사람을 감동 시킬

거야! 요즘 잘 안 싸서, 그 솜씨 다 없어진 건 아닐까?"

그러는 바람에 마음이 약해져서 지난 일요일 저녁에는 김밥을 또싸 줄 수밖에 없

었다.그 전날 사 놓은 재료로 금방 싸서 먹으니 맛이 그만....

남편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다섯 식구가 모처럼 맛있는 떡볶이를 먹었다. 양도 엄청

나게 많이 했다. 산에 갔다가 찜질방까지 다녀왔다는 남편은 배고프다길래 떡볶이랑

주었더니역시 맛있게 먹는다. 작은 딸까지 밤중에 또 퍼다 먹으면서 티비를 본다.

잠시 동안의 수고로 이렇게 다들 맛있게 드시는데.....암튼 식구들에게 늘 미안하다.

작년 한 해 바쁘게 사느라 식구들에겐 요리다운 요리 제대로 못 해 먹여서 정말 미안

했다. 틈만 나면 한 가지라도 해 주려고 하는데....

시부모님과 20년 이상 살다보니, 삼시 세끼 거의 밥만 고집하시는 두 분 덕분에 나는

웬만한 음식은 흉내는 다 낼 줄 안다. 국이나 찌개 없으면 안 좋아하시니 이것 저것 해

야하고,밑반찬도 떨어뜨리면 안된다. 지금도 주말이면 밑반찬을 해 놓아야하는데, 전

과 다른 것은그게 덜 팔린다는 사실이다. 남편과 나, 두 아이들은 저녁을 밖에서 먹는

경우가 많고 두 분이 주로 드시니까, 또 편식도 있으셔서 시아버님은 짜고 맵게, 시어

머님은 싱겁게 드시기 때문에 다 따로 마련을 해야 한다.

직장 생활하면서 하도 바쁘게 사니까 동료들은 내가 음식은 잼병인 줄 알다가 내가

이런 저런 방법을 이야기 하면 놀란다. 김밥과 샌드위치, 부추 부침개는 한 번씩 맛을

보이면 맛있게 드시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놀란다. 직장 생활 하면서 오붓하게 평생

살아온 선배 언니들도 몇 분 빼고는 사실 사먹거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는 동문회가 있는데, 잡채를 해 놓고 나갈 것이다.

아직도 아이들이 주문한음식은 많다. 감자탕, 아구찜, 해파리냉채, 부추잡채, 떡갈

비찜, 오므라이스, 카레라이스,제육볶음, 엄마표 샌드위치, 유부초밥, 김밥도 다시 한

번, 해물찜,파전, 대게찜...

그리고 갑자기 또 뭐가 먹고 싶다고 난리다.

먹는 것이 가장 1차적인 욕구이므로, 맛있게 먹는 것도 행복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데, 바쁜나 때문에 남들은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나의 스케줄에 맞추어 먹어야하는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손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 하도록, 올해는 신경을 써야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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