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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명동나들이

명동 나들이는 연중 행사이다.

일년에 두 번 모이게 되는 어릴 적 동네 친구들의 모임터가 명동이다.

6명 밖에 안되는 멤버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살기 때문이다.

여섯 명이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살다 보니, 다들 소요시간도 비슷한 명동을

택하게 되었다.

나 때문에 주로 8월과 1월에 만나게 되는데, 덕분에 명동 나들이가 고정이 되었다.

다들 자기 동네 가까운 곳에서 열심히 살고, 한 번씩 만나면 명동의 분주한 분위기

에 젖게 된다.

항상 시끌벅적한 명동거리.

전부 우리 딸 또래의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머쓱하기도 하지만, 젊은 분위기가 좋다.

분당에 사는 친구는 정말 이런 곳이 좋다며, 미리 와서 우리 중 비교적 어린 딸아이

의 옷이나 악세사리를 골라 가기도 한다.

어제의 이야기 주제는 단연 아이들 교육이야기.

대학생 둘을 둔 가장 빠른 친구가 아들 딸을 동시에 미국 유학 보내고 쓸쓸한 이야

기. 우리 두 딸들의 근황, 그리고 올해 대입시를 본 친구들의 씁쓸한 이야기, 작년에

보았는데 올해도 시원찮은지 모임도 못나온 응암동 친구의 이야기까지, 올해 고3이

되는 아들 아이 과외자리 정보 교환까지....

그리고, 대통령이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가? 경부 운하며, 정부 기구 통폐합은 어

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연로하신 부모님들 이야기, 건강 유지가 최고라는 이야기,

어떻게 하면 덜 늙고 젊음을 유지하느냐는 이야기....

우리가 만나는 곳은 중국대사관쪽 조용한 일식집이다.

자주 들르지는 않지만, 방 한 칸을 차지하고 하도 시끄럽게 경상도 사투리로 떠드는

친구들 덕분에, 우리를 중요한 단골손님으로 맞이한다. 우리는 첫손님으로 가서 마

지막 손님으로 나오기 일쑤이다. 방도 뜨끈하고, 누웠다 앉았다 그간 못 나눈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면 시간이 언제 흘렀는지 모른다.

어제는 추워서 비교적 사람들이 많지 않은 거리를 10시 쯤 나와 보니, 또 아쉬워서 찻

집에 들어가서 수다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먼데 사는 친구들은 (분당, 의왕)교통이

더 편리했다. 심야버스가 늦게까지 다녀서 구애를 받지 않는 편이라, 나와 상계동친구

는 지하철 끊기기 전에 오느라 막차 즈음에 헤어졌다.

일식을 잔뜩 먹고 계속 앉아 있었더니 소화가 안되길래, 지하철에서 내려서 일부러 동

네를 좀 걸었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빨리 걸으니 몸에서는 땀이 나는데 볼과

손가락 끝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손은 장갑으로 해결이 되었으나 잔뜩 목을 움츠

리고 걷는 모습이 꼭 자라 같지 않을까 싶었다.

아파트 주변을 일부러 두 바퀴 돌고 6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오면서 한 바탕 운동을 하고

나니 그래도 땀이 나면서 속이 좀 가벼워졌다.

뱃속 채우고, 눈도 채우고, 귓속도 가득 채우고, 가슴 속까지 친구들의 정도 담뿍 채운

추운 날의 명동 나들이였다.


<사진출처네이버 카페 '초보 창업을 위한 길잡이 창업뱅크' >

http://cafe.naver.com/cupk271

(그런데 명동에는 스타벅스 커피샵이 도대체 몇 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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