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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베트남 하노이

하롱베이와 앙코르와트 2/영원한 물빛 하롱베이

베트남 사람들은 하롱베이(Ha Long Bay)를 각별하게 생각한다. 지명부터 수호신 용(龍)이 하늘에서 내려와 침략자를 무찌른 곳을 의미한다. '하'(下)는 '내려온다''롱'(龍)은 상상의 동물 '용'이란 뜻으로, 하롱은 곧 '하늘에서 용이 내려온 곳'이란 의미다. 옛날 외적의 침입으로 고통 받을 때 하늘에서 용 부자가 달려 내려와 여의주를 내뿜으며 침략자들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있다. 용 부자가 내뿜은 여의주는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으로 변해 지금까지도 베트남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롱베이는 실제 바다 쪽에서 침입했던 외적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3세기 몽골이 군사를 일으켜 하롱베이까지 쳐내려 왔을 때 섬 사이의 좁고 얕은 물길에 말뚝을 박은 뒤 섬에 매복했다. 이 곳 바다 지형에 어두웠던 몽골군의 배는 물밑 말뚝에 걸려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기에 소수의 매복 공격으로 거둔 대승은 수호신의 보살핌으로 돌리는 게 당연했으리라.



하롱베이는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170여㎞ 거리에 있는 베트남 최고의 명승지 중 한 곳이다. 중국 국경 근처에 위치한 하롱베이의 독특한 지형은 중국 계림부터 난빈까지 이어지는 석회암 대지가 오랜 침식작용을 거쳐 생긴 것이다. 그래서 ‘바다의 구이린[桂林]’이라고 불린다. 하롱베이의 메인 거리는 바이짜이(Bai Chay) 방면 해안선을 따라 뻗어 있는 하롱거리다. 거리에는 리조트, 호텔, 레스토랑, 여행사 등이 밀집해 있다. 하롱베이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크루즈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하롱베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점심이 포함되어 관광객에게 인기 있다. 6~11월은 날씨가 좋아 하롱베이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하롱베이 베이스캠프는 바이이(Bai Chay)와 홍가이(Hon Gai) 두 포인트다. 바이짜이에는 여행사와 멋진 호텔들이 즐비하고 해산물을 판매하는 레스토랑, 그리고 많은 기념품점들이 손님을 끌고 있다. 바이짜이의 반대편에 위치한 홍가이는 생선시장이 유명하다. 신선한 해산물들을 싸게 바로 살 수 있으며, 한국인들이 즐기는 횟감도 맛볼 수 있다.

8시에 가이드를 만나서 유람선을 탑승하러 갔다. 34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우리 팀이었으므로 배 한 대를 통째로 빌린다고 했다. 바이짜이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 전설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육지에서 보면 하나로 이어진 산줄기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따로 떨어진 섬과 기암의 연속으로 제각기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잔잔한 물결과 동글동글하기도 하고 삐죽하기도 한 섬들이 여백을 많이 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통킹만을 출발한 배는 3000여개의 섬 사이를 유유히 떠 간다. 그러나, 감상도 잠시 배 주변에 과일을 잔뜩 실은 작은 배들이 뱃전에 배를 대고, 사람들이 기어오른다. 무조건 ‘원 달러’, 일부러 작은 여자 아이, 남자 아이에게 판매시키고 부모는 노를 젓기도 한다. 그 뿐이랴? 목걸이, 귀걸이 등 장신구를 실은 아낙이 배에 아예 함께 탑승을 하고 흥정을 한다, 또한 왔다가 사라져가는 각종 물건을 파는 배들, 그야말로 ‘보트 피플’ 이란 말이 실감이 났다. 잠시의 망연함을 벗게 해 준 멋진 바위섬 두 개가 우리를 맞는다. 일명 ‘kiss섬’, 두 돌섬이 마치 키스할 듯이 닿을 듯 말 듯 서 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주변의 섬들과 바닷물, 하늘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다. 아! 하는 탄성이 저절로 우러나오게 하는 섬! 주변의 배들 때문에 더욱 낭만적인지도 모른다.

신이 창조한 그 아름다움, 돌과 나무와 물이 어우러져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누가 이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 할 수 있으랴. 1969개의 섬 중에서 988개만 이름이 있다고 한다. 12시간마다 물이 빠지는데 그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바다에 수석을 전시해 놓은 것 같다. 각기 다른 표정의 기암괴석들, 배를 타고 섬과 섬 사이를 유람한다.

사진은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그 바다와 섬의 조화로움은 가슴이 뭉클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가니 수상가옥이 보이고 생선시장이라고 했다. 목조 가옥이 있고, 바다에 자연 저장고를 만들어 잡은 고기를 보관하고 있었다. 가이드는 배 위에서 점심을 먹을 때, 생선회와 씨푸드를 옵션으로 선택하라고 권유를 했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현지에 왔으니까 맛을 보기로 했다.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미리 주문을 해 놓으면 배에서 직원들이 회를 뜨고 찜을 하는 등 요리를 해서 점심 식사와 함께 나온다고 했다. 배는 다시 항해를 시작, 다시 하롱만을 한참을 돌았다.

두 번째 관광코스는 천궁동굴(天宮洞窟:하늘의 성)이라 불리는 석회 동굴로 해발 50m의 높이에 있고, 1994년 UNESCO는 세계유산 목록가운데 자연공원으로 등록되었다. 하롱베이 섬들 중에는 많은 동굴들이 있으나 이곳은 조개 폐종이 있는 동굴로 실제로 짐승들이 살았던 동굴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유람선이 들렀다 가는 하롱베이의 가장 중요한 관광지 중 하나이다. 배가 섬에 닿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섬 선착장에 내려 100개의 돌계단으로 한참을 걸어 올라가면 천궁동굴 입구가 나온다. 좁은 동굴 입구와는 달리 1,300m 길이에 웅장한 동굴내부가 드러난다. 좁은 입구를 통과하면 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고 웅장한 내부로 이어지는데 그곳에서 다시 좁은 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면 형형색색의 신이 빚은 예술작품과 만날 수 있다. 사람의 솜씨인지 신의 솜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장관이다. 더 깊이 들어갈수록 천연의 모습이 나온다. 제멋대로 자란 종유석과 석순들이 위대한 자연의 멋을 마음껏 보여준다.

우리 나라의 성류굴이나 환선굴, 그리고 다른 동굴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리 길지 않으면서도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고 아기자기함이 돋보이는 동굴이었다. 특히 동굴 위쪽에서 신비하게 쏟아지는 한 줄기 햇살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빛과 어우러진 붉은 기둥들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하늘의 성’을 번역해서 우리말로 ‘천궁동굴’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하늘에 구멍이 나 보여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며 혼자 웃었다. 동굴의 아지자기함은 조명으로 빛이 났고, 동굴은 역시 조명의 빛깔에 따라, 또는 조명을 어디에 켜느냐에 따라 상품가치가 달라보인다는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들어갈 때와는 다른 곳으로 걸어내려오는 길 또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장관이었다. 샹그릴라에 나오는 타원형 보석 같은 초록섬, 그리고 그 멀리 보이는 앙증맞은 섬들이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져 ‘이래서 하롱베이로구나!’하며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길 옆으로 만들어 놓은 집, 그리고 주변 풍광의 어우러짐은 그저 한 폭의 그림 같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