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꽃들의 사랑
강낭콩꽃들을 보면
주홍빛 입술이 생각난다.
작은 입술들이
붉은 혀를 빼물고
오종종 모여 서서
둥근 아치를 타고 오른다
가는 팔로만 아치를 휘감고
허리도 다리도 길게 늘어뜨리고
발뒤꿈치까지 한껏 들고
비좁은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채
자꾸만 오른다
할 말은 많은데
말은 할 수 없고,
끝은 보이는데
닿지는 못해
붉은 혀만 헤벌쭉 내밀고
애꿎은
저녁 노을만 혀끝으로
맛보고 있다.
2006.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