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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동해안 북부

문학도들의 강원도 고성 여행 1

문학도들의 강원도 고성 여행

몇 년을 별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지난 여름에 고성에 가게 되었다.

문학회를 열성적으로 이끌어오시다가 정년퇴직 하신 선배님의 고향집 방문이었다.

해마다 맞이할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시노라고 했지만, 10여명이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

다들 바쁘기도 하고....

 

목동의 어느 아파트에 차들을 대 놓고 7인승 한 대로 출발을 했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고고씽!

잘 뚫린 경춘고속도로를 타다가 44번 국도로 접어들어 강원도의 자연을 느끼며 인제로 접어드니

어찌나 기분이 상쾌하던지! 모두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고....

 

드디어 기와집이 보였다.

나는 처음 방문이지만, 일행 중에는 10여년 전에 방문한 사람도 있어 찾기는 쉬웠고, 열렬히 맞이해주신 왕언니와 남편분! 역시 교육계의 대선배시고 오랜 모임 멤버들이라 낯이 익어 편안했다.

 

교자상 두 개가 넘치도록 청국장과 시골에서 직접 수확하신 야채며, 장아찌들, 삼겹살과 오리고기

까지 지글지글 구워가며 맛있는 점심이 꿀떡꿀떡 넘어갔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선 주변 구경에 나섰다.

앞마당의 앙증맞은 채송화, 키 큰 해바라기, 뒤뜰의 부추와 삼채, 상추, 파, 취나물 등의 야채밭 구경....

마루에서 격자무늬 창을 통해 바라보는 초록 논의 싱그러운 물결! 모든 게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오후엔 산책길을 고르기 위해 낫을 들기도 하고, 산책을 겸하여 무더기로 뒷산을 오른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작은 나뭇가지들을 낫으로 쳐 내기도 하고, 잡초들을 뽑아주기도 하면서 점심값을 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낯 익은 풀들과 나무들이 싱그러운 향기를 풍기며 맞이했고, 금방 배가 꺼지는 듯 피로감이 왔다.

우르르 몰려와서 다시 찐 옥수수를 먹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 명이 어디 야시장에서 모두 하나씩 입기 위해 7장 사왔다는 몸빼바지를 서로 바꿔 입어가며 패션쇼를 하기도 하고....

 

 

 고성에 왔으니 해수탕에 목욕을 하러 가야된다는 의견에 따라 바닷가의 해수탕으로 갔다.

 가는 길에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하는데 어찌나 경치가 아름답고 시원한지!

 8월 11일이라 휴가 피크철도 끝났고 평일이라 사람들도 비교적 적어서 쾌적한 드라이브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파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새하얀 파도가 해안가의 도로까지 침범을 하여,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사고가 날 것처럼 대단했다.

 뜨거운 물이 고장났다고 해서 좀 춥긴 했지만,  그 바닷가의 유일한 해수탕이라 즐겁게 수영장 겸하여 재미있게 놀고, 얼굴이 반짝반짝 해져서 기분이 좋아졌다. 목욕통을 이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저녁은 회를 먹었다.

송지호에 어둠이 깔려가고, 방파제엔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지만, 살살 녹는 회에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 해가 저물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슈퍼문이 떠서 귀가길을 환히 밝혀주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과식한 것을 소화시킬 겸 동네 산책을 했다.

달이 밝아 논길을 빙 돌아 달맞이꽃 향기를 맡으며 돌아다녔다. 마침 동생댁도 서울에서 와 계시다고 해서 임시 숙소 구경도 한 후, 아는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면서 산책을 했다. 동네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고,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멀리 떨어진 들길을 걸으니 마음껏 떠들어도 눈치 볼 일도 었었기 때문에.....

 

마당에 돗자리와 얇은 이불을 깔고  또 다시 파티가 이어졌다.

가벼운 샴페인과 맥주 등을 한두 잔씩 마시면서 벌써 10~20년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뒤안길을 방문하기도 하고,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다 보니,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흘러가는지...

나는 좀 뒤늦게 합류한 멤버이지만, 초창기 멤버들은 역사가 더욱 대단하기에, 휘영청 밝은 보름 가까운 달과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는 끝이 나질 않았다.

 

새벽까지 놀다가 하나둘씩 방으로 들어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마루에 놓인 수면등이 예뻐서 한참을 감상하다가 나도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