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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동해안 북부

문학도들의 강원도 고성 여행 2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마루에 켜놓은 등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특이한 감자 사진도 찍고, 직사각형의 창을 통해 밝아오는 들판의 아침도 카메라에 담았다. 상큼한 공기와 깨어나는 들판의 기운에 몸을 맡기고 아침 산책을 했다. 부옇게 밝아오는 아침의 건강미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야트막한 언덕에 박꽃이 환하게 피어 발길을 붙들고, 올해는 평생 피지 않는다는 고구마꽃이 피었단다.

나도 거의 말만 들었었는데, 고무마순들 사이에 커다란 나팔꽃 같은 고구마꽃들이 너무 예쁘게 피어서 정말 신기했다. 고구마는 원래 아열대성 작물이라 우리 나라에서는 꽃이 거의 피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어려서부터 시골 고구마밭을 보았지만 꽃은 못 보았는데, 평생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백년에 한 번 필까 말까 하다고 하니, 고구마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2013년 나라가 모두 슾픔에 젖었는데, 남은 기간 동안 좋은 일만 생기기를 빌었다.

 

 

 

아침 준비를 하기 전에 모두 일찍 깨어 한 명은 농사를 잘 짓는다고 하여 복장을 갖추고 형부를 따라 고구마순치기와 옥수숫대 베기를 하러 갔다. 형부가 감탄할 정도로 낫질을 잘 하여, 고구마 수확하면 꼭 부쳐주겠다고 하셨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야채를 수확하러 나섰다. 옥수수, 깻잎, 고추, 호박잎, 상추, 기타 야채들을 많이 따서 집에 가져 가라고 하셨다. 6월에 수확한 감자도 필요한 사람은 봉지봉지 싸 주시고....친정 어머니처럼 이것저것 챙겨주시기 바쁘셨다.

 

 

한차례 일이 끝나고 부추와 고추, 기타 야채를 넣어 한쪽에서 부침개를 부치고, 싱그러운 채소로 다함께 아침상을 보고, 생선조림을 해 주셨는데 또 어찌나 맛있던지! 아침에 일을 해서 더 밥맛이 좋은 것인지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밥에 너무 맛있게들 먹었다.

앞마당엔 갖자지 꽃들이 앙증맞게 피어 있다. 갖가지 색깔의 채송화, 베고니아, 해바라기....

채송화 모종은 화분에 분양해서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어제 오후부터 아침까지 솎아낸 고구마순을 다듬어서 고구마순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다함께 담궈서 나눠 가지기로 했다. 고구마순이 한 수레가 꽉 찼는데 그걸 모두 다듬었다. 수다를 떨면서 쌓아놓은 장작더미 앞에 퍼질러 앉아 웃기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전라도식으로 고구마순 김치를 담그면 그렇게 맛있다고 일행중에 레시피를 이야기하여 씻고 절궜다가 젓갈을 넣어 맛있게 버무렸다.

 

감자와 옥수수, 고추, 고구마순 김치까지 다 나눠담고, 채송화모종까지 한 화분씩 분양받아 챙겨 넣었다. 깻잎이나 호박잎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 챙기기도 하고....모두 완전히 부자가 된 기분이라 싱글벙글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며칠이라도 마냥 있고 싶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점심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바닷가로 가서 물회를 먹자고 하셨다. 전날보다는 파도가 잔잔했고 날이 무척 좋았다물회를 아주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하셔서 그 곳으로 갔다.  이층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더 푸르고, 파도는 더 하얗게 부서지는 듯......술술 넘어가는 물회, 동해 바다의 맛을 다 느끼고 드디어 헤어지는 시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바닷가에서 이별을 고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용대리 황태포와 젓갈 등을 한두 개씩 회비로 샀다. 개인적으로 마른 반찬도 좀 사고...

수확이 대단했다. 식구들을 위한 반찬이 너무 푸짐한 여행, 그러면서도 농사체험도 하면서 힐링이 되는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