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직원들과 답사를 하러 나섰다.
가까운 곳이라 할 일은 빨리 마칠 수 있었고, 시간 되는 사람들은 좀더 멀리 돌아보면 좋으련만,
바쁜 5월이라 모두들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중에서도 가장 바쁜 축에 속하기에
마음 같아서는 돌아가서 밀린 일들을 더 하고 싶었지만, 푸른 파도 넘실대는 오후 네 시의 바다는
나를 도저히 그냥 보낼 수 없는 모양이었다.
공원 한 귀퉁이에는 해당화가 곱게 피어 바다를 지키고 있다.
잠시 대부도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일행 중 몇은 시화방조제 초입에 있는 공원을 돌아보며,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을 둘러보았고,
나는 나의 놀이터로 향한다.
시화방조제. 12.5킬로미터를 달리면, 오후 네시의 바다는 빛의 정기를 다 모아서 내어준다. 흔들리
는 바람에 부서지는 은빛물결, 게다가 작은 고기잡이 배들이 그 물살을 따라 춤을 춘다. 전함들이
멀리서 쳐들어오는 것 같기도 하고, 백령도의 군함들이 아른거리기도 하는, 힘찬 전투태세를 갖춘
배들이다. 그 역동적인 에너지가 가슴을 더욱 뛰게 한다. 주정차금지이거나 말거나, 잠시 차를 세우
고 날카로운 바닷바람에 몸을 내맡기는 기분도 엄청나게 극적임을 아실런지...
그 곳까지는 워낙 자주 다닌 터라, 오늘은 좀 다른 곳을 나가보기로 마음억었다.
집에 가서 늦게까지 일할 요량으로 일감을 싸왔으니, 햇살이 허락할 때 모처럼 더 나서보기로 했다.
늘 다니던, 선재도와 영흥도는 일단 보류하고, 제부도 쪽으로 길을 잡았다.
아직도 좁은 도로, 그러나 깔끔하게 단장된 도롯가마다 집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 집앞엔 어김
없이 철쭉이며, 황매화며 화사한 봄꽃들이 눈과 코를 즐겁게 한다. 선감이라는 곳도 지나고, 무슨 생
태공원인지도 다음에 가 볼 요량으로 위치를 익혀두고 남쪽으로 내달렸다.
아, 저것이 무엇인가?
풍력발전기다!
탄도항, 몇 년 전인가, 공사를 한참 하던 곳으로 기억되는데, 작은 섬에 걸린 풍력발전기 3대가 너무
아름답다. 아스라이 안개가 조금 끼어, 은빛 햇살에 반짝이며 돌아가는 모습이 어찌나 환상적인지, 그
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감전된 듯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아직 항구는 공사가 한창이고, 전곡항과 맞닿
아 있어서 항구에는 요트들, 보트들이 한가로이 떠 있어 더욱 마음이 설렜다. 떠나고 싶은 요트, 그리고
보트, 우리 나라도 참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서해안 쪽이 요즘 해양레포츠의 메카로 뜨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멋있고
돈좀 벌어서 저런 거 사서 항해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허황된 꿈도 꾸어 보고....호주 같은 나라도,
부의 기준이 그냥 자동차의 종류가 아니라 요트를 운영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렸다는 얘기를 들을 정
도로, 요트는 그 값도 무척 비싸지만, 정박료가 너무나 비싸기 때문에 웬만한 갑부가 아니면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꿈을 가지면, 살 수는 없어도 탈 수야 있겠지....하긴 타는 그 자체보다도, 이
렇게 바라보며 떠날 수 있기를 갈망하는 것이 어쩌면 행복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목가적인
풍경에 잠시 취했다. 현실은 언제나 복잡하니까....
탄도항의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며, 감동하다가 노을이 물들면 더욱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
에 사진을 검색해보니 역시 가슴이 더욱 뭉클하여 시 한 편 메모하듯 끄적거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바다
의 다채로운 모습에 풍력발전기(나는 이걸 풍차라는 표현으로 썼다)까지 가세하니 새로운 풍경이 연출되었
고, 조용한 바다에 요트와 보트가 등장하니 더욱 풍요로운....
전곡항으로 들어가봤다.
바닷물에 정박한 요트들도 있고, 육지에 잘 보관된 것들도 있었다.
쭉쭉 뻗은 그 자태가 어찌나 시원하고 멋있는지!
보트들을 매단 자동차들도 여기저기 서 있었다.
물때를 만나 떠나갈 배, 그런 보트는 아마도 사람때도 만나야하겠지?
어선들은 생계를 위해 거의 매일 출항을 하지만, 기다림을 먼저 배워야 할 그런 배들이니....
주말에는 꽤 사람들이 붐빌 듯한 전곡항, 조용히 바라보다가 제부도로 향했다.
물때를 체크하지 않아서 부지런히 가 보았더니, 역시 출입금지시간이다.
제부도로 건너가는 입구는 횟집들과 주차장들로 붐벼서 돌아나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적한 해변에
차를 세우고 멀리 제부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바닷길이 열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오
고 정신이 없겠지만, 섬 하나 단절 시킨 바닷물은 사납게 파도치며, 제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가는 길에 본 도자기 파는 집,
쌀통을 쌓아놓은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건물이 무척 아름다운 음식점 앞에서 멀리 제부도를 바라보며 한 컷!
주인이 유리창 닦으며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어서 눈치가 좀 보였지만, 미소로 답하고....
'제부도는 오늘 여기까지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돌아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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