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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호주 시드니, 캔버라 외

제놀란동굴/시드니이야기5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이다.

시드니에서는 북서쪽이랄까? 내륙쪽으로 들어가서 블루마운틴이 있고, 거기서도 또 한 시간 이상을 가야하는

곳이 바로 제놀란동굴이다. 이 동굴은 규모가 어마어마하다고 하니 기대가 컸다. 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20분 정도 들어가야만 했다. 개발되지 않은 곳을 순전히 그 동굴때문에 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쪽 벽은 바위가 들쑥날쑥 아슬아슬했고, 길도 거의 편도나 다름없었다. 군데군데 좀 넓은

곳에서 피해가야했기에, 곡선길이 너무 오래 계속되니까 위험해서 무전기로, 양쪽 방향의 차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그 15분-20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들어가고 나오는 차들이 행렬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쉬엄쉬엄 가는 개인차들 때문에 비껴갈 때는 아슬아슬했다.

이 깊은 산중에 어떻게 그런 동굴이 있는 걸 알아냈는지 신기했다.

동굴 입구가 보였다.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자연적으로 생긴 바위굴 속으로 차가 미끄러져 들어간다.

바로 이 길인데, 이 사진은 동굴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찍은 사진이라 이 시간에는 차가 지나가지 않지만,

이 바위덩어리 사이로 미니버스나, 대형버스가 지나가곤 했다.



바위 굴을 지나면 이런 예쁜 집이 사람들을 맞는다.

무슨 인형의 집 같았다. 이 곳은 호텔이라고 하는데, 노년의 부부들이 결혼기념일 여행으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뜻깊은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조용히 쉬어 가기도 하는 곳이라

고 하는데, 주변의 숲과 어우러져 그림 같았다.



간단한 패스트푸드와 음료수를 팔기도 하여, 사람들이 쉬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블루마운틴 국립공원내에 있는 이 제놀란 동굴(Jenolan Caves)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정말

아름답고 거대한 동굴이다.우리나라의 성류귤이나 환선굴처럼 한 코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8개의 코스

가 개발되어 있다. 그 동굴들의 개방시간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이 제놀란동굴은 석회암동굴로 주위의 물이나 동굴속의 물이 바위에서 녹은 광물 때문에 신기하기도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파란 색을 띠고 있다. 3가지의 난이도별로의 코스

를 진행하는 데 약 한시간정도의 동굴탐험을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가며 즐길 수 있다. 이 동굴은 참

불가사의한 자연의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제놀란 동굴의 천장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종유석 커튼이, 바닥

에는 석순 그리고 지하에는 호수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간 곳은 루카스동굴로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2시에 출발해서 3시 30분 정도에 끝났다. 동굴에

는 꼭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가 있었다. 남자 가이드였는데, 어떤 곳에서는 깜깜하게 불을

끈 상태에서 하나씩 불을 켜며 설명을 많이 했다.




동굴로 가는 길에, 좁은 길로 접어들기 전에 잠시 숨을 돌렸다.

넓은 벌판이 펼쳐져 있고, 아주 멀리 언덕이 보인다. 사방이 거의 다 그렇다.

대단한 땅덩어리, 좁은 땅에서 복작대면서 사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생각났다.

기사가 왈, 호주는 사는 것은 재미가 별로 없지만 복지시설이 잘 되어 있고,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돌아간다고 한다. 직업의 귀천도 별로 없고, 남의 눈치도 볼 게 별로 없으며, 그저 열심히 살기만 하

면 노년에 병이 들어도 걱정 없고, 자녀들 키우는 것도 나라에서 거의 보조가 나오니, 선진국답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살기에는 어떨지.....

대체로 평을 한다면, '호주는 재미없는 천국이요,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표현이 알맞다고...

참 공감이 가는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서는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다닐 때 참 힘들었고, 대학

을 다니는 지금도, 자녀들의 장래걱정이 너무나 심각하니,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완전히 등골이 휘지

않는가? 그런데도 밤낮없이 즐겁게 돌아가고....

호주는 거의 가족 중심으로 움직인다.

술집도 별로 없고, 퇴근하면 집에서 생활하고, 아이들 학교 다닐 때는 열심히 픽업을 해야 하고, 주말

에는 주로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그야말로 조용히 지낸다.

한국은 시끌벅적,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즐겁게

지내고,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니.....어느 것이 더 낫다고는 할 수 없겠지. 그런데 나보고 매일 그렇게

호주에서 살라면 정말 심심할 것이다. 그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오래 살면 아마 피곤하고 정신없겠지?

호주에는 그래도 금요일은 붐빈다고 한다. 마지막날에 가본 시드니시티의 밤풍경은 매우 역동적이었

다. 거의 젊은이들이 주류였지만, 바에서는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도 꽤 보였고.....그러

나 시내 중심가의 경우일 뿐이다. 주택가는 언제나 조용해서, 밤에는 다니기 위험하고 무서웠다.

호주에는 다양한 인종이 국가의 꽤 강력한 통제하에 조화를 이루면서 잘 살고 있지만, 쥐도 새도 모르

게 실종되는 사람이 일년에 몇만 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족들끼리 늦으면 꼭 픽업을 하고....그런데

도 일반주택가의 집에는 울타리가 없어도 도둑 맞을 일은 거의 없다고 하니, 조용한 가운데서도 치안

이 잘 유지되고 있지만, 집을 벗어난 상태에서는 안전 보장이 힘이 드는 지도 모르겠다.

각 동굴에 대한 안내와 비용, 걸리는 시간을 안내하고 있다.



석회암동굴의 빛깔이 이 동굴처럼 화려하다는 것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떤 곳은 마치 하얀 수정동굴 같았고, 어떤 곳은 파스텔 톤에 보석이 박힌 화려한 성 같기도 했다.

물이 흐르는 곳은 아주 맑았다. 그리고 대체로 동굴이 그리 습하지 않다는 것도 신기했다. 울진의

성류굴 같은 곳은 매우 습한 편이고, 종유석이나 석순의 색이 대체로 붉은 빛을 띠고 있지 않은가?

이 곳은 색깔이 매우 다양해서 더욱 경이로웠고, 모양 또한 석회암동굴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특별한 모양으로 변한 것도 있었다. 정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만하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동굴 하나만 본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2박 3일이나 3박 4일 정도로 탐사를 한다고

한다. 시간을 잘 잡아서 특징을 구분하면서 본다면 더욱 뜻깊을 것 같다. 여행객들이야 어차피

중요한 곳만 볼 수 밖에 없지만 말이다.


동굴 속 사진은 다음에 올려야 할 것 같다.

아래쪽은 처음에 도착했던 통로 굴에 있는 표지이다.





동굴로 들어가는 큰 길이 끝나기 얼마 전에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평원 아래, 그리고 멀리 보이는 다른

언덕, 그리고 그 위로 흘러가는 구름과 푸른 하늘을 마음껏 바라보았다. 오래 앉아 있으니 좁은 의자에

다리가 아프기도 해서 바람을 좀 쐰 것이다. 나무문의 안쪽은 목초지인데, 가축은 보이지 않았다. 밋밋

해서 재미는 별로 없지만, 이처럼 넓은 땅을 가진 호주가 부럽기도 했다.

시드니로 돌아오는 길은 3시간 하고도 30분이 더 걸렸다.

출퇴근 시간과 겹쳐서 시내쪽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3시간을 앉아만 있으려니 어찌나 다리가 아프

던지...미니버스가 무척 불편했다. 첫날의 오래된 차보다는 성능이 좋았지만, 장거리를 앉아서 가

기에는 의자 간격이 너무 좁았다. 저녁에는 늦은 김에 외식을 했다. 미리 역 근처에 나와 계시던 형

님과 만나 불낙전골을 먹었다. 3명이 먹었는데 2인분을 시켜도 양은 꽤 푸짐했다. 한국인 식당에 중

국인들도 많이 오는 것 같았다. 젊은 아가씨 둘이 앉았는데, 그 중 한 명이 순대국을 시켜서 음식이

나오니까, 국 속에 들어 있던순대를 들고 난감해 하고 있었다. 결국은 못 먹겠는지, 반납을 하고, 비

빔밥을 시켜 먹는 것이었다. 비빔밥은 많이 먹어 보았나 본데, 순대국은 영 실패작이었다. 우리는 옆

에서 보면서 저걸 못 먹을텐데...하고 미리걱정을 했는데, 정말 맞아 떨어져서 한참을 몰래 웃었다.

왜냐하면 한국인인 우리 딸도 순대는 좋아해도 순대국은 아예 먹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쉽게 먹

을 수 있는 메뉴는 아닌 편이라.....나도 전에는 아예 순대국을 안 먹었지만, 최근에는 순대국 맛있게

하는 집을 몇 번 가다 보니 잘 먹게 되었다. 그러나, 잘못하면 냄새가 안 좋아서 잘 모르는 곳에 가서

는 먹지 않는다.

같은 동양문화권이지만 음식문화는 이렇게 다르니, 서양사람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호주 사람들이 마늘 냄새를 아직도 무척 싫어해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어도, 마늘은

많이 넣지 않거나 거의 안 넣고 나물 같은 것은 무치곤 하셨다. 그러니 우리 입맛에는 싱거웠다. 특히

아침에는 마늘이 든 음식은 아예 먹지를 않는다고 하니, 불편한 점도 꽤 있을 것이다. 김치에도 마늘

을 찧어서 넣지 않고 얇게 저며서 넣곤 하셨다. 음식전체의 맛은 어우러지지만, 냄새는 덜 나게 한다

는 생각에서....

이렇게 3일째 관광이 끝났다. 호주 시드니를 대표하는 블루마운틴과 세계적인 동굴을 볼 수 있어서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