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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기 남부

두물머리에 서다

새로 생긴 외곽순환도로를 달려, 금방 두물머리에 닿았다.

부천에서 1시간 남짓 걸려 금방 닿을 수 있었으니, 정말 세상 좋아졌다.

5일, 목요일 부천에 들러 일을 보고 5시 반쯤 내달렸다.

의정부 쪽으로 가니 터널 세상이다.

사패산, 불암산, 수락산......터널을 지나, 또 터널을 지나......

아, 두물머리!

그리던 두물머리에 닿았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 있는 관광명소이다.

두물머리는 말 그대로, 두 물이 만나는 곳,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을 말한다. 그

러나 이 곳이 정확히 만나는 지점은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남한강 수역이고,아래 사진에

서 나무가 우거진 뒤쪽으로 좀 더 나가야 합수지점이다.

그러나, 이 느티나무가 있는 이곳이 예전부터 두물머리 나루터여서 남한강과 북한강에서

오는 사람들과 물류가 모아져서 무척 번성했던 곳이라고 한다. 황포돛대를 펄럭이며 드나

들던 배들로 번성했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수많은 사진 작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드라마나 CF촬영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근처까지 혼자 드라이브를 간 적도 있었으나, 웬지 적막감에 여기까지 들어가진 못했던 곳.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배 한 척, 오래된 느티나무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다음날이 현충일이고 토요일까지 낀 황금휴가 전날 해거름, 여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서

조용히 감상하기에는 너무 좋았다. 배가 돛을 달지 않은 것이 좀 안타까웠지만.....



커다란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서로 반가워하며, 서로의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인 듯 한데,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것으로 가차없이 마음을 열게 하고....

수령이 400년이 넘었다는 이 느티나무가 바로 이 두물머리의 명물이다.

양쪽에서 두물머리를 꼭꼭 지키고 있으니....

느티나무는 꼭 짝을 지어 심는 것일까?

우리 고향마을에도 두 그루가 같이 있는데, 600년이 넘게 사이좋게 마을을 지키고 있다.



두물머리 고인돌.

수몰지구 유적지 발굴할 때 발굴되었다고 하며, 청동기시대 유물이라고 한다.

원래 이 고인돌은 오래 전부터 느티나무 아래 제단으로 사용되다가, 2005년까지는두물머리

쉼터 강가의 돌벤치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한다. 너무나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는 보도에 따

라고인돌사랑회의 주선으로 제막식을 갖고, 쉼터 안쪽에 보호대를 설치하여 현재 잘 보존

되고 있다.


고인돌 쪽으로 좀 들어서면, 연못이 있고 연못가에 황포돛대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주말이면 돛을 매달기도 하는데, 이 날은 돛은 고이 접혀 있었다.




아래 사진은 아쉬움 마음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퍼왔다.

박문재 시인의 '양수리로 오시게'라는 시를 달고 있는 황포돛대.

양수리로 오시게

그까짓 사는 일 한 점 이슬 명예나 지위 다 버리고

그냥 맨 몸으로 오시게

- - -

마흔 해 떠돌이 생활

이제사 집 찾은 철 없는 탕아같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뜨겁게 속살 섞는 두물머리로

갖은 오염과 배신의 거리를 지나

가슴 넉넉히 적셔 줄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처용의 마을

이제는

양수리로 아주 오시게

정말 모든 것을 다 받아줄 것만 같은 두물머리가 아닌가?

한 물도 아니고, 두 물이 받아주니, 어려웠던 일도, 고달팠던 일도 다 해결이

될 것 같은, 그런 두물머리에, 황포돛배 띄우고 유유자적하면 더 바랄 것이 무엇

일까?


잎을 오므린 거니?

이제 피어날 준비를 하는 거니?
연잎의 다소곳함이 마음을 더욱 평화롭게 한다.

물방울도 연잎을 만나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최대한 몸을 부풀려 누군가를 위해 해갈을 해소시켜 주려는 것일까?


모든 것은 혼자가 아니다.

연잎도 친구가 있다.

개망초꽃들이 활짝 웃어준다.



산책길 쪽으로 보이는 다리, 그리고 남한강....




돛을 접고 사람들이 많이 오기를 기다리는 강물 위의 황포돛배.

돛을 달아주고 싶다.



휘 늘어진 수양버들, 그리고 눈이 똘망똥망한 개망초꽃...

강가엔 역시 강을 지키는 파수꾼들이 많다.





새색시 입술 같은 장미가 피어 있다.

분홍장미라니!

그것도 빛이 바랜 듯한!

하얀 빛도 드문드문 섞인 요상한 장미, 두물머리엔 장미도 특별하다.



주말에는 붐빌 주차장 주변의 집.

이 날은 돈 안 내고도 출입할 수 있었지만.....

진입로의 보리밭이다.

요즘 보리 농사를 짓는 곳이 많지 않은데,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들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파르라니 날이 선 보리밭의 그 상큼함을...안 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진입로의 은행나무길..

뒷차가 따라 오고 있어서 멈출 수가 없어 차에서 찍었지만....

이 길이 또한 비밀스럽다.

이 곳을 다녀가면, 신비로운 에너지를 듬뿍 얻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항상 가 보고 싶던 두물머리다.

지난 번에 초입까지 갔었지만, 차가 많아 중간에 멈추어 작은 배가 정박한 곳에 만족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볼 수 있어 좋았다. 사람들이 많아 붐빌 지라도, 황포돛대가 돛을 달고 옛날의

위용을 자랑하는 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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