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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기 남부

이포, 나뭇군과 선녀

토요일, 여주에 다니러 오신 어머니를 뵈러 갔다.

여름에 뵈었지만 명절인데 못 뵈어 서운한 마음에.....

남편은 일보러 나가고, 큰 딸이랑 여주로 향했다.

좀 일찍 출발하려고 했더니, 오전에 볼일이 바쁘시다고 해서 12시 30분쯤 출발을 했다.

걱정을 했는데, 와~~~

차가 하나도 안 막혔다.

올림픽대로도 휭~~~

중부고속도로로 접어들어도 씽씽 달릴 수 있었다. 1시간 만에 여주휴게소에 도착~~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요즘 이 구석 저 구석 아기자기하게 꾸민 휴게소도 구경했다.

요즘은 휴게소도 차별화하여 어찌나 개성있게 꾸며 놓았는지.....

침을 맞으셨다는 어머니의 얼굴을 수척해보였지만, 대체로 다른 곳은 좋다고 하셨다.

관절과 허리 때문에 전국에 좋다는 곳이 있으면 다 다니시는 어머니시다.

점심은 드셨다고 하지만, 천서리 막국수집으로 향했다. 배부른데 뭔 점심이냐고 하셨

지만, 우리가 안 먹었으니 맛만 보시고, 차 마시러 가자고 했다.

여주 이포대교 옆에 있는천서리 막국수집은 워낙 유명해서 서울 사람들이 일부러 먹

으러 가는 곳이다. 특히 가장 오래된 집인 홍원막국수집이 항상 붐빈다.비빔 막국수

를 두 개 시켜 나눠먹고, 편육도 하나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배부르시다며 맛만 보셨

지만, 배 고플 때 먹으면 훨씬 맛있겠다고 하셨다.

다음, 내가 안내한 곳은 그 곳에서 이포대교를 건너면 맞은편 언덕 위에 있는 카페인

'나뭇군과 선녀' 이다. 지금과는 맞춤법이 틀리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카페, 봄이

면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 운치가 그만인 곳, 다른 나무들이 잎이나 꽃을 피우기 전이

라 강풍경이 훨씬 더 잘 보여 더욱 아름다운.....그 곳은 선배언니와 함께 여러 번 갔던

곳인데, 벌써 13-4년이 지났나 보다. 그 때는 산수유도 어렸는데.....

또 하나 그 곳은 '여우재 갤러리'라는 작업실을 겸한 곳이라 더 볼 것이 많다. 이층엔

부인이 카페를 하면서 음식과 차를 팔고, 아래층엔 남편의 작업실이 있고, 이번에 보

니 갤러리까지 꾸며 놓았다. 이층 카페에도 곳곳이 도자기로 장식하기도 했고, 전시도

되어 있다. 몇 년 전에도 오랜만에 들렀었는데, 그 때 보다도 도자기들이 훨씬 많아졌

고 생활자기 보다도, 인물상이 많아졌다. 한국의 인물상, 서양의 인물상등 다양한 인

물상이 여러가지 행동으로 묘사되어 있고, 종류도 다양했다. 건물 곳곳에 부부의 손

길이 깃들지 않은 곳이 없으니, 갈 때 마다 감탄스럽다.

아련히 건너다 보이는 남한강물, 창밖에 삐뚤빼뚤하지만 개성 있는 작은 화분들 마다

심어좋은 작은 식물들, 그리고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 정원 곳곳에 설치된

도자기 모양들을 쳐다보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진입로에 산수유들이 어찌나 키

가 컸는지 봄에 오면 정말 아름다우리라는 상상까지 하며, 어머니와 나, 딸, 이렇게 3

대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니 너무 여유롭고 편안했다. 카페 안주인은 천연염색

도 많이 해 놓아서 커튼이며, 벽면을 장식한 흔적들이 더욱 편안함을 주었다. 솔잎차

의 상큼하면서도 은은한 향에 도취된 엄마와 나, 그 옆에서 울 딸은 아이스커피를 마

셨다. 역시 세대차이~~~!

梨浦...

사실 나는 배꽃이 많이 피었다는 느낌보다는 離浦의 이미지로 느끼곤 한다.

이별의 포구....왠지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은....

그래서 '나무꾼과 선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어울린다는.....!

생각은 자유니까...

그런데, 요즘 4대강 개발사업한다고, 이포보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것을 듣곤 했는데,

파헤쳐진 강을 보니 심란해졌다. 글쎄 후세에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까? 큰 사업을 위해서는

때론 여론의 질타도 감수해야하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의 젖줄인 강이기 때문에 마음이 아

프다. 그야말로 강은 민족의 젖줄이 아닌가?

개인적인 생각으론 경인운하나, 한강의 개발은 어쩌면 후세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 들기도 한다. 물론 막연하게....그러나, 우리 고향 내성천 회룡포도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낙동강,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 등을 개발해서 얼마나 큰 이득이 있을까 싶은....제발 사전 조

사를 통해서 생태계파괴를 최소화했으면 좋겠다. 기념이 되는 문 하나를 만드는데도 수십년

이 걸리는 나라들도 있는데, 너무나 급하게 파헤치고 뚝딱뚝딱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하는 우

리의 빨리빨리병이 엄청난 벌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어머니는 우리와의 짧은 데이트를 만족해 하셨다.

다른 사람들과 합류하기 위해서 아쉬운 이별을 고했지만, 하늘 빛깔이 너무 고운날, 화창한

가을에 여유로운 만남을 가진 것을 무척 좋아하셨다. 특히 잡지에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시

와 그 밖에 발표한 책 몇 권을 드렸더니, 동네방네 자랑하시겠단다. 늘 쫓기듯이 바쁘고 힘들

게 살아오신 어머니, 이제라도 편안한 시간을 가지시면 좋으시련만.....나도, 우리 딸도 역시,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고 감성적인 어머니와 대화를 나눈 것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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