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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상북도 내륙

케이블카를 타다



2007년 1월 1일.

친정나들이.

갓바위에서 해돋이를 하겠다던 야심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전날 모두 밤늦게 먹고 마시고 논 탓으로.....

일출은 집에서 금호강을 바라보며 건물사이로 보이는 해를 맞았다.

팔공산 등산도 어렵게 되었다.

온 식구가 다 나서기로 하는 바람에 케이블카로 만족하기로 한 것이었다.

모처럼, 정말 모처럼 팔공산에 갔다.

케이블카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전에는 2-30명이 탈 수 있었는데...

이젠 6명이 탈 수 있고, 노란 것이 무척 예뻤다.

전과는 달리 계속 쉬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또한 달라졌다. 대수가 많아졌으므로....

스키장에 가서 리프트 타는 기분과 비슷하기도 하고....

작은 딸은 내 뱃속에서 너도 이 케이블카를 탔더란다. 하니까 기겁을 한다.

참 세월도 빠르다.

8개월 쯤인가, 나들이를 갔던 기억이 난다. 큰 아이는 아장아장 걷고....

그 때도 아마 연초였을 것이다.

큰 딸아이는 분홍 눈사람 같았다. 모자까지 뒤집어 쓴...

나는 하얀 눈사람 같았다. 배가 엄청 뚱뚱한.....

둘다 뒤뚱거린다고 남편과 남동생이 놀려대던 기억이 생생한데...

뱃속의 그 아이도 나보다 훌쩍 커버리고....

팔공산은 여전히 우뚝 솟아 있건만 왜 작아보일까?

아파트 숲에 쌓여 보일락말락하는 금호강,

뿌옇게 흐린 듯 하면서도 아스라이 보이는 시내, 그리고 사방의 산들....

그 사이 대식구가 되었다.

4남매 모두 아빠 엄마가 되었고,

막내까지도, 이제 돌도 안된 딸아이 끼고 좋아 못 사니.....

한 일은 없지만, 맏이로서 뿌듯하다.

어머니 모시고 모처럼 온 식구가 나서고 보니, 이 생각 저 생각....

아마도 동생들은 모를 것이다.

호주에서 온 조카는 참 신기하다고 한다.

거긴 스키 리프트만 타 봤다고....그리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인상적이란다.

연신 사진 찍기에 바쁘고....

나는 팔공산을 비롯한 산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웬만한 산은 산 같이 뵈지도 않는데...

사실 지리산을 보고 조금 실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 가운데 우뚝 솟아서 그랬던 것 같다.

올라보니 역시 대단한 지리산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조카디카에 나도 사진 무척 찍혔다.

그래, 남는 게 사진 뿐이지.

18년 전의 그 날도 사진 속에 박혀 있기에 더 생생한 것이 아닌가?

뱃속 얘기만 하면 질색을 하는 딸아이도,

들이민 사진 앞에서는 꼼짝을 못하니 말이다.

물방울처럼 톡톡 튀는 시간의 흐름 속에 나를 맡기고

또다른 역사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잠을 설친다.



제일 신이 난 남동생 딸...예쁜 우리 조카 은지........

무섭다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볼 건 다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