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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반짝이는 발견!

당근은 내게도 참 신비로운 채소였다.

학교에서 배운 '아스파라거스'처럼 하늘하늘 파란 그물같은 잎, 그래서 나는 그것을 아스파라거스라고 생각했다. 또는 그 때는 귀했던 샐러리나 파아슬리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아마도 그 중의 하나일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뿌리를 뽑아볼 생각은 전혀하지 못했는데, 그 잎을 보고난 후 한참 후에야 그 밭에서 빨간 당근들이 널려 있는 것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당근이었다니!!

신경숙 소설 '깊은 숨을 쉴 때마다'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이 문득 생각난 것이다. 하루하루는 반짝이는 발견의 연속이 아닐런지..........어릴 때는 그 신비함으로 하루하루가 신이 나고, 나이가 들면서 시큰둥한 사람들은 발견의 기쁨이 적어서 그렇지 않을까? 늘 주변을 관찰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땅콩 또한 그러했다. 동글동글한 잎은 작은 콩잎인 줄 알았다. 그런데 모래밭에서 조롱조롱 달려나온 앙증맞은 땅콩들을 보면서 얼마나 경이롭던지~

또 있다.내가 아주 싫어하던 냄새 중의 하나가 바로 담배냄새였다. 골초셨던 아버지를 대변하던 그 냄새...여름 방학 어느 날 시골에 다니러 갔더니, 온 마을이 난리였다. 그 전에는 고추나 따고 하던 시골마을이 집집마다 커다란 잎이 달린 식물들을 키우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서양에서 들어온 무슨 과일나무거나, 색다른 채소일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담배였다. 정말 신기하기만 했다. 도와준답시고 잎담배를 엮는 작업을 도왔는데, 그 시꺼컨 진액이 나와서 일 주일 내내 시꺼먼 손 때문에 도와준 걸 엄청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물위는 또 어떻고? 우리 시골은 고추농사를 유난히 많이 짓던 동네였다. 그러나 동네 뒷밭에 조금씩 심은 채소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물위였다. 물위라고 부른 건 바로 오이였다. 물오른 오이맛이 얼마나 달고 시원하던가! 채 맛이 들기도 전에 떫떠름한 맛이 잡힐 때 서로 따먹기가 일쑤였다. 큰어머니께 교대로 혼나가면서.....

그리고 맨드라미의 추억도 만만치 않다.

맨드라미꽃이 붉게 피면 기지떡을 꼭 만들어 먹었다.바로 술떡이라는 것인데, 맨드라미꽃을 곁들여야 제맛이 났다. 사촌들이 많아서 서로 많이 먹으려고 눈에 불을 켜면, 닭벼슬처럼 눈을 부릅 뜬 기지떡이 날개가 달린 것 같기도 했으니...

경이로움과는 대조적으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 것으로는다래가 으뜸일 것이다.

나는 대학에 가기 전까지도 다래는 내가 먹던 목화다래인 줄 알았다. 산에서 나는 다래가 따로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할머니의 부지깽이 세례를 감수하면서도 목화꽃이 지고 목화열매에 물이 오르면, 그 달착지근한 목화다래를 엄청 따먹었다. 목화가 귀중한 재산이었던 어린 시절, 우리가 다 따먹으면 목화를 수확하지 못한다고 안달을 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이 자꾸 그리워진다. 내게 주어진 잣대로만 보아도 편안하던 그 시절이..........

요즘도 참 놀랄 때가 많다. 세상은 배울 것이 어찌 그리도 많은지.....새로움이라는 돋보기를 쓰고 세상을 늘 지켜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언제 어떤 것이 더 나타날 지 모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