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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기 북부

눈 내린 북한산에서

화요일에 눈이 내렸다.

출근을 해서 일을 보고 일찍 나오면서 눈 때문에 북한산은 얼마나 아름다울지를 상상하니 산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어서 일을 빨리 마무리 하고 다음날 산에 가기로 작정을 했다. 9일부터 출근이라 마지막 남은 휴가 하루를 눈산과 함께 하기로 하고, 저녁반찬을 여러 가지 해두었다. 욕 안 먹으려면....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마음 먹었기에 부지런히 준비를 해서,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구파발역으로 나갔다.

효자비에서 출발을 했다. 눈이 와서 산은 멀리서 보아도 아름다웠다. 날씨가 많이 추워서 어제 내린 눈이 녹지 않아 나무들은 눈꽃을 아름답게 피우고 있었다. 그러나 산길은 정말 미끄러웠다. 오늘은 바위를 거의 타지않고 완만한 길로만 돌아서 간다고 하셨는데도, 아이젠을 착용한 발은 무겁기만 했다. 발을 팍팍 딛으라고 하시지만, 꼭 미끄러질 것 같아서 다리에 저절로 힘이 갔다.

올라가는 길에 조금 가파른 곳 몇 곳을 지나는데 너무 다리에 힘을 줬는지 또 쥐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쉬엄쉬엄 걸어갔다. 아프면 또 주무르고, 쉬었다가 가기를 여러 번을 반복했다. 조금 높은 곳에 올라서 바라본 인수봉은 얼마나 잘 빠졌던지! 소나무에 하얗게 핀 눈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말이 잘 없다. 솜사탕이 수북이 쌓인 것도 같고, 목화송이가 주렁주렁 열린 것도 같고, 크리스마스트리가 온 산을 장식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일행 중 한 분은 목련꽃이 벌써 피었다고 하신다.

아무도 발자국도 찍히지 않은 산길을 걸어서 기분이 더 좋다고 하신 분도 계시고....눈은 사람 마음을 동심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나는

"하얀 눈 위에 구두발자국

바둑이와 같이간 구두발자국

누가누가 새벽길 떠나갔나,

외로운 산길에 구두발자국"

이런 동요를 흥얼거리며 동심으로 돌아갔다. 내가 이 노래 부른 줄을 아마다른 분은 모르실 거다.



오늘은 처음 커피와 간식을 먹을 때 집에서 챙겨온 강정과 호두, 초컬릿 등을 많이 먹어서 배가 불러서 점심은 내려가서 먹기로 했다.눈이 온 뒤라 앉을 자리도 마땅치 않았기에, 조금씩 쉬고 계속 걷기만 했다. 5시간을 산행을 한 후, 군부대쪽으로 내려왔다. 아이젠을 벗으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그러나, 길이 얼어붙어 두번이나 넘어지고 말았다. 얼마나 아프던지! 출발했던 곳으로 걸어와서 점심을 먹으니 꿀맛이었다. 김치찌게에 떡을 더 넣고 맛있게 먹고 동동주를 곁들였다.

눈길은 아름다운 만큼 걷기는 더욱 힘들었다.

세상일도 다 그런거 아닐까?

무언가를 이루려면 꼭 비싼 댓가를 치루어야만 한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려면 발품을 팔아야하고, 좋은 글을 쓰려면 노력을 더 해야할 것이며, 부자가 되려면 남보다 더 노력을 해야겠지?

요즘 글도 잘 못 써서 슬럼프에 빠져 있는데, 산이 내게 좋은 영감을 줄 지도 모르겠다. 건강한 몸과 함께......

20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