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증표
황경순
소양강 강물이 심한 열감기에 걸려
그 열꽃,
바람이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차가운 입술로 식혀주었나 봐
얼마나 지극한 정성이었길래
한낮이 되어도 하얀 숨을 하늘하늘 내뿜으며
강물이 저리 조용히 잠들었을까?
지켜보는 나도
이렇게 가슴이 뭉클하고 두근거리는데
강물은 얼마나 행복할까?
누가 스쳐 지나는 바람이라고 했던가?
강물 위에 숨죽이며 곱게 떠 일렁이는 저 바람을!
아무에게나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소양강 물안개를 보면서
죽을 만큼 고열에 시달려도
이겨낼 수 있는
소중한 사랑의 증표를 보았다.
-'문학과창작' 201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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