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쑥처럼
황경순
쑥은
하얀 봄웃음이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겨우내 움츠렸던 땅에게 웃어주고
땅을 밟는 사람에게도 활짝 웃어준다
보송보송한 솜털로 땅도 간지럽히고
쑥 뜯는 사람의 손바닥도 간지럽히며
향기로움까지 얹어 봄바람도 웃긴다.
누가 쑥대밭이라 했지?
누가 쑥스럽다고 했지?
잡초들도
아직 덜 깨어난 이른 봄
쑥들이 예서제서
웃는 법을 가르친다.
쑥무리로 쑥절편으로 쑥찜으로
수천 년 받들어온 힘을 모아
주는 법을 가르친다.
흐뭇한 미소 전수 받고 쪼그리고 앉아
가장 먼저 핀 쑥 밑동을 똑 따도
그저 하얗게 웃고 있는
봄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