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의 시간
황경순
울타리에 핀 보랏빛 꽃시계,
열 개의 꽃잎이 새로운 시간을 맞아들인다
시침들이 허공을 바라볼 때 분침 다섯 개는
연둣빛 티자로 뻗고, 자줏빛 초침 셋은 둥근
공을 들고 서 있다.
꽃시계 속에서는, 분침이 시침보다천천히 돌고 초침은 그보다더
천천히돌아간다 시간을
다섯 배, 세 배로 늘여준다 꽃시계 시간 속은 부드러운꽃잎으로
언제나 자유롭다.
슬로비디오로 녹화된 꽃시계 속의 하늘 따라
시각, 청각, 그리고 촉각의 새 세상이 열린다
너도 없고 나도 없는 세상,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고, 오는 것이 곧 멈춤이다
슬로시티 꽃시계 속의 시간이
내게도 새로운 희망 하나 낳고 가을 속으로 떠난다.
*슬로시티(slow city) : 느리게 살기 운동에 동참하는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