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은 죽지 않는다
황경순
올봄 드센 꽃샘추위에
따뜻한 남쪽에서도
하얀 매화꽃이 눈을 뜨지 못하고
노란 산수유도 아직 몸을 잔뜩 웅크리고만 있다는데
임진강 바람맞이 추운 땅
죽은 풀들 속에
쑥들이 쑥쑥 고개를 내밀고 있지 않은가!
다른 쪽 새싹들은 땅을 뚫을 엄두도 못 내는데
죽은 풀들을 헤치니
쑥 뿐만이 아니다
냉이도, 이름 모를 풀들도
여기저기 연둣빛 얼굴들을 내밀고
마른 풀들마저 생기가 돈다
생명들이 꿈틀거린다
그 윤회輪回의 강물에 나도 생기가 돌아
봄을 미리 맞는다
봄들판
겨우내
눈보라 견딘 풀더미 속에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말라비틀어져도
풀들은 결코 죽지 않는다
-2012 문학과창작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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