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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그리고 책

시집 리뷰/한기팔 시집 `별의 방목` 별을 방목하는 바람

2008 문학과창작 겨울호 특집

출전 : 문학아카데미방산사숙 http://cafe.daum.net/poemacademy신작시집해설리뷰

한기팔 시집 『별의 방목』

별을 방목하는 바람

황경순(시인)

한기팔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별의 방목』을 받아들고 문득 나를 돌이켜 보았다. 유유자적한 그 시세계와 때 맞춰 더욱 바쁘게 돌아가는 나의 일상이 너무나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시인의 이번 시집과 지난 시집들을 찾아 읽으며, 그처럼 유유자적하게 삶을 관조하는 시세계에 담뿍 빠져들었다.

그는, 바람의 시인이다. 그 바람의 힘으로 구름은 별을 방목하고, 황혼의 상처를 아름답게 한다. 그의 의식 전반을 흐르는 허무와 생의 달관 등 모든 것이 바람과 연결되어 있다. 여러 가지 관점이 나를 어지럽혔으나, 네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인생과 영혼의 지표인 별의 방목, 현실 세계인 뿌리의 세계와 황혼, 제주의 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연결하는 바람과 화엄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1. 영혼의 지표인 별


그의 의식 세계에는 늘 별이 자리잡고 있다. 별은 이상이요, 꿈이지만, 시인은 그것은 늘 현실과 연결시키고자 한다. 그 매개체로서 물이 등장한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하겠다. 「별의 방목」은 시집의 제목으로 삼을 만큼, 그의 의식을 대표하는 시라고 볼 수 있다.

영혼이 따뜻한 사람은/ 언제나 창가에/ 별을 두고 산다./ 옛 유목민의 후예처럼/ 하늘의 거대한 풀밭에/ 별을 방목한다./ 우리의 영혼은 외로우나/ 밤마다 별과 더불어/ 자신의 살아온 한 생을 이야기한다./ 산마루에 걸린 구름은/ 나의 목동이다./ 연못가에 나와 앉으면/ 물가를 찾아온 양떼처럼/ 별들을 몰고 내려와/ 첨벙거리다 간다.

―「별의 방목」 전문


은하(銀河)를 씻어내린/ 물줄기가/ 저 벼랑 끝에 와서/ 마침내 폭포를 이룬다. // 잴 수 없는 그 높이의 물소리가/ 절벽에 부딛쳐/ 은(銀)의 소리를 내며 쏟아내는/ 별무리 // 그 별무리 속에 내걸린/ 비단자락에/ 휘감기는 무지개 // 세상 천지 간 모든 형상이/ 무소유로 선,/ 처음의 뿌리이자 마지막 줄기이신/ 아, 당신/ 나는 그 앞에 서서/ 한평생 번뇌를 씻듯/ 폭포 소리에 떠밀려 하얗게 부서지고 있다.

―「정방폭포」 전문


두 시에는 모두 물이 매개체로 등장하고, 그것은 별을 놓아 기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별을 기르되, 자유롭게 방목하여 기른다는 것, 일정한 틀에 매이지 않고 철저한 자기 절제로 별을 별답게 기르려는 의식이 보인다. 한편, 폭포는 은하(銀河)를 씻어 내린다고 표현한다. 은하는 바로 별의 근원이 아닌가? 그 속에서 씻겨내린 정제된 별무리가 쏟아져 아름다운 세상인 무지개를 만들고, 그것은 동시에 무소유로 서서 처음의 뿌리이자 마지막 줄기가 되어 번뇌를 씻고 있어, 인생을 깊이 성찰하고 있다. 별은 인생과 영혼의 지표로 그의 가슴에 늘 존재한다. 그의 표현들은 굉장히 외롭고 고독한 시어들을 선택하지만, 모든 것을 승화시켜 담담해져 있다.


2. 뿌리의 길, 황혼의 길


두 번째로 그에게 느껴지는 것은 강한 부정을 통한 현실에의 강렬한 욕구이다.

시인은 산, 구름, 바람, 물, 불을 두루 섭렵하며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서 별을 향해 나아간다. 현실의 뿌리를 더욱 굳건하게 하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황혼의 아름다움에 끈을 매달아 더욱 다지고자 하는 역설이 강하게 풍긴다. 뿌리의 길은 험난하지만, 바로 현실의 길이다.


젊었을 때는 하늘 보며 걷고/ 늙어서는 땅을 보고 걷는다. // 하늘에는/ 별의 길이 있고/ 땅에는/ 세상의 모든 뿌리의 길이 있기 때문이다. // 별의 길에는/ 푸른 욕망이 있고/ 뿌리의 길에는/ 하나같이 맨발인/ 발의 길이 있다. // 담장을 넘는 넝쿨장미에게는/ 지평선이 없다./ 가도 가도 끝없는/ 극명한 어둠/ 단단히 중심이 끈을 매는/ 뿌리의 길이 있을 뿐이다. // 나도 한 그루 넝쿨장미가 되어/ 뿌리의 길을 가고 싶다.

―「넝쿨장미」 전문


젊었을 때는 하늘을 보고 걷으며, 별의 길, 욕망의 길을 걷지만, 나이가 들었을 때는 땅을 보고 걷고, 뿌리의 길, 맨발의 길을 걷는다고 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어둠, 지평선이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뿌리의 길을 걷는다. 생에 충실한 시인의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특히 황혼의 아름다움을 또한 노래하고 있다. 황혼의 아름다움이야 누가 모르겠는가? 일몰이 질 때 세상을 다 밝히는 그 아름다운, 눈물나는 아름다움을 시인은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한 순간을 전체로 삼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꿈같은 아름다움에 빠지고 있다.

그의 이번 시집에서 이런 인생 황혼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이 많다. 시에 나타나는 때는 ‘저녁, 어둠, 가을’ 등이 많은 것도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먼산 바라보기’ ‘먼 길’을 통한 삶의 관조와 달관의 태도, 눈(雪)을 바라보면서 얻어내는 자신의 삶의 성찰 등에서 아름다운 황혼을 담담히 정리하며, 역설적으로 빛나는 황혼(黃昏)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잘 익은 수박이 쪼개지듯/ 잠시 찰나/ 천상과 지상이/ 환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황홀함에 나를 취하게 하고/ 한순간으로 전체를 삼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 이제 막 꾸다만 꿈처럼/ 황혼이 아름답다.

―「황혼이 아름답다」 부분


가보고 싶은 곳 많으니/ 기웃대다가/ 안 보이는 곳까지 구석구석/ 푸르게 바라보다가/ 아, 그 고전적인 아픔/ 아픔이 이처럼 환하다니/ 만신창이가 되어 망가지다니/ 내가 처음으로 돌아와/ 금세 환해지다니/ 하늘이/ 이처럼 구체적이다니

―「돋보기를 새로 맞춘 날」 전문


첫눈 내리는 날은/ 책상 서랍의 먼지를 털어내자./ 책상 서랍 속에/ 내가 나인 줄도 모르고/ 오래 묻어두고 지내던/ 먼지들을 털어내어/ 말끔히 날려보내자./ 먼지와 먼지들이/ 자꾸 뒤엉켜 날아가며/ 햇빛으로 굴절시킨/ 나의 방/ 수천 만 개의 표정들이 지워진다./ 내가 지워진다./ 도처에 환한 길이 있어/ 털어낼 것은 다 털고 가는/ 저 순백의 의미/ 첫눈 내리니/ 보일 것은 다 보인다.

―「첫눈 내리는 날 1」 전문


돋보기를 새로 맞춘 날, 안 보이는 곳까지 구석구석 다시 바라보는 하늘에 대한 감탄은 바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생의 다짐으로 느껴진다. 또한 하얀 눈을 바라보며 인생을 털어버리고 싶고, 비워버리고 싶은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그는 사물을 허무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으면서도,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로 받아들여 승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3. 제주, 그리고 바다의 시인


한기팔 시인 하면 제주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통한다. 시인은 1937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출생, 1975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서귀포』 『불을 지피며』 『마라도』 『풀잎소리 서러운 날』 『바람의 초상』 『말과 침묵 사이』가 있다. 시집의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제주도에 관한 시를 많이 썼고, 이번 시집도 예외는 아니다. 시인의 집에서는 늘 바다가 보이고 산이 보인다고 한다. 평생을 살아온 터전에서 제주와 바다를 읊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본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 순비기꽃, 유채꽃, 제주 억새꽃, 포구, 바다, 돌, 그리고 산까지 일상의 모든 것이 제주의 자연과 연결되어 그와 함께 숨을 쉬고, 그와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특히 순비기꽃은 나로서는 처음 알게 된 꽃이다. 바닷가 모래톱에서 바다를 향해 낮게 눕다시피 자란다는 순비기꽃, 그래서 넝쿨이라고 표현한 것이 애처롭다. 세찬 바닷바람, 모래 바람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는 꽃, 그래도 부드러운 솜 같다는 그 잎, 그 꽃을 언젠가 꼭 보고 싶다. 이렇게 제주와 바다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것도 바로 한기팔 시인의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그에게 바다는 생활의 모든 것을 다 가져다 준다. 바다는 악기가 되어 현을 타며 심금을 울리고, 친구가 되고, 자전거 타는 아이들의 마음이 되어 시인에게 늘 가까이 있다. 또한 수평선은 다른 시집에서도 많이 언급되었고, 바다와 수평선은 그의 생활의 일부이다. 제주의 화가 변시지(邊時志)의 생과 그림을 언급한 「황홀한 고독」 「목선과 까마귀」「섬과 섬 사이」, 서예가 소암(素菴)을 생각하는 「조범산방운(眺帆山房韻)」 등에서 풍기는 제주사랑과 제주사람 사랑의 깊은 정이 느껴진다.

바다를 그리다 결국 그는 섬이 되고 싶어한다. 고립된 섬에 살면서도 때로는 일상을 놓고 더욱 홀가분해지고 싶어한다. 세상을 놓고 더욱 침잠하고 싶은 마음까지 드러낸다.


나도 때로는/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앉고 싶어집니다.

(…중략…)

잡동사니 생각 다 풀어놓고/ 뒤척이고 뒤척이다/ 먼바다 불빛 하나 얻어서/ 내가 섬이 되면

―「섬」 일부


내 지은 죄 많으니/ 내 죄 바다에 비추어서/ 물빛은 더 푸르다/ 그 물빛 굽어보며/ 죄 될 일 없다면/ 오늘 아침/ 바다 앞에 맨발로 서서/ 일출을 맞는다.

―「단시(短詩) 셋, 일출」 전문


4. 바람, 그리고 화엄(華嚴)의 세계


흔히 제주를 돌, 여자, 바람이 많다고 해서 삼다도라고 한다. 그 바람은 시인에게는 더욱 절실한 근원으로 함께 한다. 때를 중시하는 그에게는 아침, 저녁, 밤에, 언제나 바람이 분다. 눈 내리는 날, 비 오는 날, 낙엽지는 날, 그리고 강, 바다, 들판, 산에도 바람이 인다. 그에게 바람은 생의 원동력처럼 보인다. 앞의 세 부분에서 살펴본 별, 뿌리, 제주 바다의 이미지는 모두 바람이라는 끈으로 묶여 있다.

먼저 가장 제주도 향기가 풍기는 것들은 모두 바람으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모든 사물이 바람에서 기인한다. 천지에 가득한 것이 바람이다. 꽃씨에도, 헛간의 빈 항아리에도, 제주 억새꽃, 구름에도, 모두 바람이 살고 있다. 땅을 바라보며 발부리에 채인 인생에도 깃드는 바람, 유채꽃밭에서 킬 킬 킬 웃는 바람, 산을 오를 때도 달려오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불교로 승화되어 화엄(華嚴)이 되고, 세속에 가진 것을 다 풀어놓게 되는 매개체가 된다.


그대 바람으로 와서/ 유채꽃밭 속을 휘젓는다면/ 나는 달아나며 달아나며/킬 킬 킬 웃고/ 아득히 손 흔들고……

―「유채꽃밭에서 ―바람고(考)」 부분


오, 저 환한 화엄계(華嚴界)!/ 멀리, 바라문(婆羅門)의 하늘 아래/ 만 개의 불이/ 만 개의 돌로 구워 만든/ 뭇봉우리들 // 그 앞에 앉아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자니/ 바람이 달려와/ 가진 것 다 풀어놓으라고/ 일러주고 간다.

―「산을 오르며」 부분


두 번째로, 황혼의 아름다움과 뿌리 지향 속에 깃든 바람을 노래한 예도 무수히 많다. 그 바람은 구름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비로, 눈으로 세상을 온통 뒤흔들기도 하는 막강한 힘을 가졌다. 붉은 하늘, 돌아보는 인생, 그리고 밀려드는 구름이 바로 바람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어머니를 묻고/ 돌아가는 길/ 만리 밖 하늘이 붉다. // 땅에 묻히고서야/ 더 환히 보이는/ 어머니 // 지금쯤/어느 하늘 밑을/ 건너고 있을까 // 한참을 돌아보고 섰는데/ 무진무진 밀려드는/ 구름들. // 까마귀 몇 마리 날고 있는/ 지상의 고요한 저녁/ 어머니께서 벗어 놓고 간/ 해묵은 빨랫감 같은 // 이제 보니/ 주변은 온통/ 산찔레투성이다.

―「지상의 고요한 저녁」 전문


칼바람에 매 맞은 멍 자국 같은/ 먹장구름 사이/ 눈발은 날리다 말다/ 나를 앞질러/ 싸륵싸륵 쌓이고/ 지는 해 산마루에/ 누더기 한 벌 벗어 놓고/ 슬며시 사라진다.

―「겨울일기」 부분


저 발자국들이 밀어 올리는/ 벅찬 힘 // 푸릇이 일어서는/ 바람의 빈 껍질이 보였다.

―「소나기 지나가고」 부분


바람은 시인이 가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간다. 산 속에도, 꽃이 피고 질 때도 따라다닌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느껴지는 눈부신 적멸(寂滅)의 자리로 보이는 멀구슬 줍기, 바람의 떼에 실려 얻어 내는 진신사리(眞身舍利), 그야말로 인생의 가장 값진 보석이 아닌가?


바람 부는 날, 나는 많은 생각과 말들을 온통 세상으로 풀어 놓았다. 내가 풀어놓은 그 많은 생각과 말들은 바람이 터준 풀밭으로 가서 꽃이 되었다.

―「바람 부는 날 ―한 야생화에게」 부분


멀구슬나무 아래서/ 멀구슬 주우며/ 그 아픔을 알았다. // 이 눈부신 적멸(寂滅)의 자리 // 죽은 뒤에도/ 무슨 말 못할 그리움이 남아 있어/ 창궐하는 바람의 떼에 실려/ 일생일대 얻은 진신사리(眞身舍利)

―「멀구슬나무의 노래」 부분


마지막으로, 별에 대한 이미지 역시 바람과 생명처럼 밀접하다.

앞에서 소개한 「별의 방목」에서도 보여준 바와 같이 별을 모는 것은 바로 구름이며, 바람인 것이다. 또한 항아리 속에 비친 별빛을 거두기 위해서 시인은 항상 들창문을 열어둔다. 별은 그냥 빛나지 않는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파랗게 빛나는 별이다. 별을 방목하는 시인은 별 한 개도 그냥 버리지 않고 소중히 기른다. 별은 별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그렇게 살게 하는 곳에는 꼭 바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앞에서 얻은 멀구슬 진신사리(眞身舍利) 또한 또다른 별이라고 생각된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 가운데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저 별, 바람이 스칠 때마다 파랗게 빛나는 작은 별, 항아리 속에 비친 그 별빛 하나 창가에 두기 위해서는 들창문은 늘 열려 있어야 합니다.

―「내가 그 헛간입니다」 부분


시집에 수록된 시인의 산문은 그의 이런 의식을 함축하여 나타내었다.

시인은 외부세계로부터 가장 민감하게 자기를 받아들여 자기 속에 안주하려 한다. 그와 같은 현상 속에서 일어나는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자기를 차단하고 자기가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자기 심화를 통한 영혼의 안식과 존재론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극단적인 에고이스트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두운 밤일수록 더 밝게 빛을 내는 어느 외진 골목에 뜨는 별이거나 거칠고 메마른 땅에서일수록 치열하게 꽃을 피우려는 꽃나무의 생명력같이 시인이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그 수많은 고통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한 시쓰기 작업은 종교와도 같은 구도자적 마음 해법으로 자기 존재에 대한 주술적 평화 작업이며 우주의식에서 비롯되는 자아적 존재가치를 시와 일치시키려는 시 정신, 바로 그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여, 어느 외진 길목에 뜨는 별처럼」부분


시인은 영혼의 안식과 존재론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별을 방목하고, 구름을 목동 삼아 바람을 그의 동반자로 삼았다. 그의 시세계는 우주를 향해, 시집 전편에 흐르는 영혼(靈魂)의 자유로움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황혼과 죽음을 언급하면서도 전혀 겁내지 않고, 오히려 삶의 지혜로 승화시키는 마력을 지녔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시력 불혹을 넘긴 시인의 일상이, 적막(寂寞) 속에서도 더욱 빛을 발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서귀포 시인 한기팔



사진 : 네이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