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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그리고 책

''삼포 가는 길''을 읽고

삼포 가는 길. 황석영의 소설을 읽고 있다.

1974년에 쓰여진 이 소설은, 그 시대의 문제점을 잘 반영하고 있다.

영달, 정씨, 백화 이 세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TV문학관으로도 방영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노래도 지어졌다.

산업화로 나라의 경제는 발전하지만, 그 초석이 되는 서민들의 애환,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사람들의 소외된 이야기를 잘 포착하여 감동을 주는 소설이었다.

70년대에 읽었던 것을 다시 읽었지만, 더욱 진한 감동을 주었다.

무엇으로 감옥에 살다 나왔는지 모르지만, 베일에 싸인 정씨의 말투와 행동, 막노동일을 하면서, 밥값도 떼먹고 적당히 닳고 닳은 영달의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행동, 이 두 사람이 삼포라는 곳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중간에 백화라는 술집 작부를 만나서 이야기가 더욱 구체적으로 전개된다. 표면적으로 너무나 세속적인 술집작부로서 돈을 떼먹고 도망을 가는 백화이지만, 세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끈끈한 인간미가 새롭게 형성된다.

그녀는 가난한 살림살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집을 나와서 돈을 벌러 나왔지만, 운 나쁘게도 술집에 팔려나가게 되어 군대 주변을 전전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군대 감옥의 군인 여덟 명이나 도와주고 출소 후에는 하룻밤씩 재워가면서 남을 도와주게 된다. 이 점이 이 소설을 아름답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 보통 사랑 때문에 매달리곤 하지만, 이 백화라는 여자는 정말 자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행을 한 것이 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영달은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비상금까지 털어서 그녀를 주고 떠난다.

그녀는 자기와 함께 가기를 원하지만, 그는 그녀도 고향집에 가서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자신의 길을 간다. 왜냐하면 그는 벌써 옥자와 살림을 차려보아서 그 행복도 알고 백화가 괜찮은 여자란 것을 알지만,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것이다.

아프지만, 경험에 의해서 사랑만 가지고 살 수는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돈을 다 털어서 그녀를 위해서 줄 수 있는 그 인간미는 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베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씨 역시 세상사를 관조하는 듯한 말로 두 사람을 맺어주려고 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기회가 되면 선하게 드러나는 것일까?

황석영 작가는 참 뛰어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유명한 소설들에 작부들이 많이도 등장하지만, 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 타락하거나 하지만, 여기서는 남을 위해서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백화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 이 소설을 아름답게 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생각된다.

영달 역시,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이기에 처음 만난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고 처음에는 술집 주인에게 그녀를 데려가려던 생각을 바꾸고, 도와주게 되는 것을 보면,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회가 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이상을 그린 것 같다.

'삼포 가는 길'

우리의 길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모두 각자의 이상향, 삼포를 찾아서 오늘도 끊임없이 걷고 있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