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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나는 나, 너는 너

나는 나, 너는 너


황경순


채석강 절벽 위에

샛노란 원추리꽃들이 조롱조롱 피어 있다

샘물 졸졸 흐르고 층층이 깎인 바위 위에

쓰러질 듯 아래로 휘어졌다가

다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먼 바다를 바라본다.



대낮 바위는

땡볕에 몸살을 앓고

바다는 더위에 지쳐

무덤덤할 뿐인데 절벽 위의 원추리들은

의연하게 하늘을 향해

커다란 입을 벌리고

말을 하고 있다.


하늘은 하늘, 산은 산

바위는 바위, 바다는 바다


절벽 위 아슬아슬 피어난 원추리꽃은

그냥 그대로 오늘을 지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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