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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묘법妙法을 수행하다

묘법(妙法)을 수행하다

황경순



한밤중 깨어 거실로 나가다 자외선 소독기의 깜빡이는 점멸등 아래 푸르스름한 안개빛을 보았다. 빨간불 초록불 하나가 신호등처럼 깜빡인다. 유리문 속의 작은 공간에서 으스름 푸른 안개 되어 꿈틀거리는 자외선은, 열심히 책임완수 중이다. 한밤중 직육면체의 각진 모서리는 더욱 뾰족하고 스테인리스스틸 반짝거림은 더욱 선명하다. 반들거리는 스테인리스스틸 좁은 문틀에 내 얼굴이 길쭉하게 확대된다. 가슴이 철렁한다. 내가 왜 저기 서 있지. 길쭉하게 찌그러진 눈, 코, 입. 푸른 자외선 소독기의 내부는 나의 심장이다. 어둠 속에서도 숨을 쉬는 내 심장, 잠들었을 때도 열심히 움직였을 내 심장, 깜빡깜빡 점멸에 싸여 온몸으로 일정하게 숨을 쉬고 있는 내 심장은, 푸른 안개에 싸여 온몸으로 에너지를 내 보내고 있다. 심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문을 연다. 따뜻한 공기가 뜨겁다. 따뜻한 내 심장, 그 속에 더 뜨거운 것을 품고 사는 나, 한밤중에 풀리지 않던 숙제들의 실마리가 풀린다. 심장이 편안하도록 다시 안방으로 들어간다. 자외선소독기의 푸른 안개빛은 조용히 다시 밤을 지킨다. 푸른 심장 박동으로 숨을 푸푸 내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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