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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여름 후유증, 기도 &

이번 여름은 지출이 심했다.

여름휴가는 아이스박스 준비해서 농장과 펜션에서 저렴하게 잘 다녀왔고, 딸과의 여행도 그리 낭비하진 않고 알뜰하게 다녀왔지만, 요즘 기름값이 장난이 아니다. 여름에 쓴 기름값이 100만원도 넘은~~평소 35킬로미터씩 70킬로미터 왕복으로 거리는 가히 멀지 않으나, 차가 늘 막히기 일쑤여서, 월 4-50만원 정도의 기름값이 드는데, 이번 여행은 경유차량으로 이동해서 얼마안 된 줄 알았더니, 남해여행에 30만원정도가 들었다. 그리고 방학이라 출근을 해도 여기저기 들른 곳이 많다 보니 평소보다 20만원 정도 더 든 것이다. 어제 영수증을 정리하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흐아!! 친정에 한 번 내려가면 차비며, 어머님 용돈, 조카들 용돈, 맏이이다 보니, 외식을 해도 우리 집에서 내게 되고...나 혼자 멀리 사니, 그저 동생들과 어머니께는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지만, 여름을 지나고 나면 늘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이번 여름에는 특히 세 동생들에게 다 좋은 일이 생겨서, 기념으로 작은 것이라도 해주다 보니, 그 지출 또한 만만치 않은.....그러나, 너무 기분이 좋은 후유증이 아닐 수 없다.

기도 1

바로 밑의 남동생네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식당을 개업했다.

마음만 착했지, 돈 모으는데는 별 가망이 보이지 않는 올케지만, 음식 솜씨는 참 좋다. 자기의 장점을 살려 개업을 했으니, 잘 되기만을 바란다. 두어 번 돈을 까먹은 일이 있어 걱정이 앞섰지만, 이번에는 가게에 가보니까 예감이 좋았다. 집집마다 한 사람씩 마음 쓰이는 자식이 있게 마련인데, 우리 어머니께는 큰동생이 바로 그런 자식이다. 어렸을 때부터 착하고, 예의바르며 잘 생긴 녀석이 하는 일 마다 예정대로 잘 풀리지 않아서, 어머니의 속을 무던히 태웠으니까....좀 될만 하면 교통사고 나고, 어딜 다치기도 하고, 암튼 아직까지도 어머니의 가장 큰 걱정을 끼치는 자식이다. 그런데 요즘 일도 잘 되고, 가게도 이번 여름은 일단 성공적인 것 같아서 이제는 잘 풀리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기도 2

두번 째는 하나 뿐인 여동생네가 살만한 큰 집으로 이사를 했다. 전에 살던 곳은 역이 가깝긴 하나 단지가 작고 시끄러워서 편리하긴 해도 마땅치가 않더니, 이번에 바로 옆이라 교통도 좋으면서, 근처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 가장 잘 팔리고 잘 지은 곳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베란다도 넓고, 구조도 아주 잘 빠져서 너무 기쁘다. 아이들 방은 좀 작은 듯 하다고, 이사하면서, 리모델링까지 싹 해서 들어가 완전 새집 같기도 하고, 쓸모에 맞게 잘 꾸며 나의 일인 양 기분이 좋다. 동생이면서도 언니인 나를 늘 더 챙기려고 하는 착한 동생이고, 어머니께도 너무 잘하기 때문에, 내가 멀리 있어도 그 여동생 때문에 안심이 된다. 작년엔 교통사고가 나서 발목에 심을 박는 대수술을 했고, 올해는 그 심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서 아직 몸이 그리 좋지는 않을 상태라 걱정을 했는데 올해는 좋은 일이 생겨서 뿌듯하다. 예쁜 집에서 더욱 행복하기를 기도한다.

기도 3

막내동생인 남동생.

이 녀석은 우리 집의 기쁨이다. 어머니께도 나에게도....나와는 11살이나 차이가 나서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태어나, 업어주기도 많이 했던...아마 바쁜 엄마보다 내 등에 더 많이 업혔을 거다. 그러니 만큼 나를 하늘 같이 따른다. 나와 성격도 비슷하고 머리도 좋은.....우리 집이 대체로 체격이 좋고, 건강한 편이다. 사촌들도 하나같이 키가 크고, 기골이 장대한 편이다. 시골 마을에 우리 가족이나 사촌들이 모이면 남들이 다 겁이 난다고 한다. 그 숫자도 친사촌만 해도 5형제의 자식들이 17명, 고모들까지 하면 7남매의 자식들이 25명, 그리고 막내 삼촌의 딸 하나와 작년에죽은 넷째삼촌 아들, 둘만 빼고다 결혼했으니, 부부동반하면 5형제의 자식들 부부까지31명에다 그 딸린 아이들이 거의 둘씩, 셋씩이니 1년에 한 번 모임을 하는데, 동네가 온통 시끌벅적하다. 고모들은 모임 멤버는 아니지만,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집안 행사가 있으면 밥 한 끼 먹는데도 장난이 아니다.

막내 동생 얘기 하다 옆길로 샜으나, 막내는 아무튼 덩치도 좋고 키도 커서 어려서부터 운동을 잘 했다. 수영, 육상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대구시 상비군으로 활동했다. 소년체전에도 참가하고, 상도 많이 받았음은 물론이다. 동양에서 높이뛰기를 제일 잘 하는 '이진택'선수와는 막역한 사이이고 함께 운동을 했다. 성적도 아주 우수했기에 나는 공부만 열심히 하기만 바랬고, 내가 대학 갈 때와는 다르게 내가 이미 교직에 들어왔을 때라 내가 공부를 시킬 수도 있어서 만류를 했지만, 운동이 좋고 자기힘으로 살겠다며 중학교를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그런데 중학교 때 잘 나가더니 졸업무렵에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기록 향상이 더 이상 안 되어서, 운동을 그만두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중학교 때 특기생으로 활동했으니 고교 때 공부를 해도 기초가 약해서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무도쪽으로 자기 특기를 살려 대학을 졸업하고, 협회 등에서 일을 하면서 자기 영역을 쌓아 나갔다. 현재 합기도협회일을 보면서종합무술을 운영하고 있다. 태권도, 합기도, 검도 등등 공인 30단이 넘는다.

그리고, 대학 교수님 권유로 강의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석사를 마쳤고, 이번에 드디어 박사 학위까지 따게된 것이다. 석사 때도 우수논문으로 상까지 받았는데, 이번에도 아주 좋은 논문을 써서 교수님께서 칭찬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무도 분야는 선행연구가 많지 않아서 논문을 쓰면서도 애로사항이 많았다는데, 그래서또 더 값진 것이 아닐까 싶다.

"큰 누님의 관심과 염려 덕분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논문집에 싸인을 해서 주는데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마음 뿐이지 실제적으로 별 도움이 되어 준 것도 없는데, 24시간을 황금같이 쪼개 쓰면서 체육관 운영에, 학회일로 쫓아다니면서, 영광의 학위를 받은 것이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모두 자기 힘으로 노력하여 이뤄낸 일이니 얼마나기특한가? 어머니께서는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리셨다. 흔하디 흔한 박사학위라지만, 그리쉬운 것이 아니다. 부모님이벌어서 꼬박꼬박 보내준 돈으로 외국 가서 따온 그런 학위보다도 훨씬 값지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편협하달지도 모르지만....또, 아무리 자기 힘으로 했다지만, 어려울 때 틈틈이 모자란 것을 메꿔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은 물론 어머니이실 것이다. 젊어서 고생하신 보람있다고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이제 어려운 일을 한 단계 마쳤으니, 더욱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옆에서 절대적으로 지지하면서, 내조를 잘한 올케에게도 너무 고맙다. 강의를 나가는 날이면 체육관도 봐주고, 딸 키우면서 알뜰살뜰 묵묵히 살림을 꾸려온 올케가 안 예쁠 수가 없다. 올케는 오보에를 연주하는 음악도다. 두번째 아이가 유산되면서 실망을 했지만, 이제 아이는 그만 낳으려 하고, 자기 분야를 열심히 개척하는 모습도 다행스럽다. 연주회도 하고, 레슨도 하면서 열심히 내조하고, 자기 분야에서도 우뚝 섰으면 좋겠다. 서른 다섯, 늦게 결혼하여 걱정이 많았던 막내동생, 자기 기반을 잡고 나서 결혼한다고 이십대에 좋아하던 아가씨가 있었던 것 같은데 헤어질 걸로 알고 있다. 석사를 마칠 무렵, 올케와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어느 날, 어머니가 체육관에 가서 정리를 좀 도와주시다가 여자와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고 한다. 나와 닮았는지 어머니는 '큰누나랑 언제 찍은 사진인데, 이렇게 갖다 놨노?"" 물으시니까 전에 찍었다면서 웃었다고 한다. 그 때는 정말 나와 찍은 사진인 줄 아셨다니....나중에 선을 보라고 하니까 그 사진의 아가씨가 누나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결혼하고 싶다고 했단다. 물론 어머니 눈이 좀 나쁘셔서 비슷해 보였겠지만, 글래머스타일이고, 어떻게 보면 나와 좀 닮은 듯도 하다. 동생이 나와 닮은 아가씨와 결혼하겠다고 하니 그 때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좋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막내와 더불어 둘이서 알콩달콩 더욱 재미있게 사는 모습 볼 수 있기를 기도한다. 기회가 되면, 아이는 하나 더 낳았으면 좋겠다. 혼자는 아이가 외로우니까...이렇게 이번 여름은 지출도 많았고, 교감선생님을 대신하여 근무하느라 무척 분주하게 보냈지만, 배운 것도많은 여름이었다. 덥기는 왜 또 그리 더운지! 또 비는 왜 이리 많이 오는 거야? 그래도 밤에 찬바람이 부는 걸 보면, 시간이란, 세월이란, 정말 신비로운 것이다.

다가오는 가을은 더욱 풍요롭기만 바란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더욱 행복해지고, 이웃블로거님들도 좋은 일만 있으시길 기도한다. 부디 많은 시를 쓸 수 있어야할텐데....아이들이 졸업 빨리 하고, 좋은 직장 잡고,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아야할텐데....이렇게 바램은 계속된다.

아, 바램이 너무 많은 것인가? 이 가을에 기도 무한대...........기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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