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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해안 남부

보길도를 찾아서 6/목포의 눈물

목포에서 합류하기로 한 분이 계셔서 우리는 무조건 목포로 향했다.

원래는 5-6시쯤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소쇄원 찾는 시간과 관람시간으로 인해, 목포 도착을 7시 쯤에 이루어졌다.

삼학도 근처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바닷냄새가 비릿하게 느껴지는 곳을 조금 헤매다가 우리는 만났다. 서울에서

따로출발한 동료들이, 낯선 곳에서 매일 보던 직원을 만났는데도 어쩜 그리 감회가 새롭던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서로 감격해 했다. 정이 무엇인지...

원래 목포 주변 하의도가 고향이신 그 분은 섬에서 배를 타고 낚시를 하며 며칠을 지낸 터라 얼굴이 완전히 아프리

카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우리와 합류하기로 해서 신경써서 저녁을 준비하셔서, 동생분이 하는 식당에서 특별히 마

련한 육회와 고기를 먹으면서 우리는 피곤한 다리를 쉴 수 있었다. 나는 하루 종일 운전을 하느라 온몸이 뻐근하긴 했지

만, 가사문학의 향기를 맡았다는 뿌듯함이 우리 중에서 제일 컸음은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맛있는 안주로 저녁 식사와 더불어 먹는 술맛이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섬에서 특별히 사온 전복을 회로 먹기도 하고, 구워 먹기도 하니, 언제 다시 그런 싱싱한 전복을 먹을 수 있으랴?

그리고 식육식당에서 특별히 마련한 육회와 간, 천렵은 정말 싱싱하고 달기까지 했다. 바다 이야기, 섬이야기, 그리

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밤은 점점 깊어가고....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그냥 보낼 수 있으랴?

동생분이 소개한 주점에 갔다. 요즘은 단란주점이 많은데, 여기는 예전 스탠드바 분위기다. 코너마다 마담인지 아

가씨인지 앉아 있고, 노래는 무대에 나가서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대로 노래방을 가고 싶어했지

만 식당 주인이 권한 곳인지라 즐겁게 놀기로 하고, 맥주를 마시며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조이사님의 '목포의 눈물'

은 정말 일품이었다.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남자분이신데, 멍석을 깔아놓으니 노래를 어찌나 잘 하시는지! 그렇게

좀 들뜬 기분으로 두어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향했다.

영산강 하구쪽에 여관을 잡았다.

짐을 풀어놓고, 몇은 숙소에서 쉬고, 나와 또 몇은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 영산강 하구둑의 불빛, 강가의 불빛, 바다

를 바라보며 목포의 밤을 여유롭게 보냈다. 밤이지만, 하구에 떠 있는 배에 불이 켜진 곳도 있고, 그저 캄캄한 채로

말없이 떠있는 배들도 있고.....더운 날씨 때문에 주변 공원에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열대야가 심각했으니, 모

두 밖으로 나와서 무리를 지어 걷기도 하고, 운동기구들로 운동을 하기도 하고 있었다.

내 눈에는 영산강 하구둑 아래의 바닷물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끌어들이는 듯한 그런 반짝이는 물, 또는 내가 아무리 쳐다보아도, 끄덕않고 찰랑거리는 물, 물은 여러 얼굴

로 목포의 밤을 주도하고 있었다.



6시. 평소대로 어김없이 모닝콜이 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산책을 나갔다. 이제 막 떠오르는 해가. 하구둑 아래 바닷물에 일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렌즈에 담으려고 나는

정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하구둑 쪽으로 한참을 걸어갔다가 다시 갓바위라고 되어 있는 야트막한 산으로 올라갔다. 파

도에 쓸려 갓을 쓴 것처럼 생긴 바위 세 개가 그 산 절벽을 이루고 있었다. 소나무 위에서는 부지런한 청설모가 아침거리

를 찾고 있는지 분주히 움직이고, 저 멀리 바다쪽으로는 모든 것들이 깨어나 하루를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둥그런 건물

이 보여서 무슨 수산센타일까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박물관이었다.

소나무 아래 가파른 곳을 내려가니 바닷물과 접할 수 있었다. 게도 오가고, 여러 생물들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바닷

물 속에선 간간히 헤엄치며 뽕뽕 소리를 내는 물고기들의 평화로움, 그리고 하루의 조업을 준비하는 작은 배에서 부부가

열심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자들끼리만 산책을 나온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조용히 앉아서 잔잔한 아침바다를

바라보는 행복에 잠시 젖었다.

'아침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고기잡이 배들은 고기를 싣고

희망에 찬 아침바다 노저어와요~~'

내가 좋아하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바다의 풍요로움에 감탄하고, 점점 더 높이 올라온 일출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일렁이는 모습을 소나무 사이로 바라보면서, 자연의 신비로움에 대한 감동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아울러 바다에서 느끼는 생활의 냄새, 그리고 우리들이 나눈 살아 있는 생활의 이야기들....

아침은 어제 그 식당에서 동생분이 전복죽을 끓여 놓는다고 해서 먹으러 가기로 했다. 10시에 만나기로 했지만, 일찍 아침

산책까지 마쳤고, 남자분들도 일찍 깨어 우리를 기다렸다고 해서 우리는 주변을 구경하기로 했다. 조금만 나가니, 박물관들

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닿았다. 먼저 본 것은 민속 박물관인지 그랬는데 일러서 들어가지 않았지만, 바깥에 조경이 아주 잘

되어 있었다. 바로 거기서 동백나무 열매를 보았다. 작은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동백, 꽃은 많이 보았지만 열매는 처음

본 사람들이 많아서 정말 신기해했다. 그 다음은 해양박물관인가 하는 곳에서 여러 가지 배들을 보았다.

내가 목포에 온 것은 이번이 세번 째. 22-23년 전에 직원들과 목포 일원을 여행했었고, 20년 전에는 친구들과 홍도에 가기

위해 묵었던 곳이다. 그 때 홍도로 타고 갔던 그 페리호인가 하는 배가 바닷가에 전시되어 있었다. 또, 월남 난민들이 타던

배, 예전에 돛을 달고 운행을 하던 배 등이 박물관 주변에 전시되어 있었다. 바닷바람을 쐬며 그 앞에 양식장 푯말 위 마다

한 마리씩 앉아 있는 갈매기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목포와 영산강 포구에 대한 느낌은 한 마디로 살아있는 바다의 평화로움이라고나 할까?

서해 바다는 늘 개펄과 함께 하지만, 강 하구는 느낌이 무척 다르다. 영산강 하구에 머무를 수 있어서 참 뜻깊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침을 먹으러 갔다.

유달산에 올라가려던 계획이 시간 때문에 무산되어서 아쉬웠지만, 안 가 본 것은 아니므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우리는 남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