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
황 경 순
해수관음을 보는 순간,
나는 바닷물이 되었다
바닷물이 된 내가
바닷속 물고기 떼와 함께
해수관음을 향해 흘러간다
해수관음의 손길이 미치는 곳마다
물고기들의 팔딱거리는 아가미 속에서
내가 살아있음이 느껴지고
몸을 스치는 해초들의 부드러운 감촉에 몸을 맡겨도
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져도
그 관능, 그 아픔을 이기며
나를 채찍질 한다
그 눈길이 미치는 곳마다
들어가는 이, 나오는 이
가슴 속에서
기나긴 행렬을 벗어나
해탈의 미로를 순식간에 빠져 나간다
나는 오늘,
일몰 따라 밀려오는
해수관음의 붉게 단장된 넓은 품에
나를 맡기며
드디어 나를 온전히 멈추었다
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
-'미네르바 2006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