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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역사들

2014. 6월 여름 시의 축제, 시낭송 하다

 2014, 여름 시의 축제에서

 잡지에 실린 시 낭송을 했다.

 

 

2014, 임진강의 봄

 

 황경순

 

, 드디어

임진강가에

매화꽃이 피었다.

 

몇 년 째 가지와 잎만 무성하고

한 송이도 피지 않더니

꽃샘바람 사람 삼킬 듯 몰아쳐도

떨어질 듯 떨어질 듯 여린 다섯 꽃잎은

절대로 흩어지지 않는다.

낭창낭창한 가지는 휘기만 하고

절대로 꺾이지 않는다.

가지마다 새하얀 송이송이들

입을 크게 벌리고 바람을 이기라고

서로에게 목청껏 핑핑 소리친다.

여린 것이 오히려 우렁한 목소리를 가졌네.

 

수십개의 촉수를 까딱거리며

더욱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내 맘 속을 들여다보는 꽃술,

여릴수록 오히려 혜안을 가졌네.

 

이산가족 상봉이니 개성공단 가동이니

봄을 부르는 신호들이 아무리 포착되어도

미사일 한 방이면 봄은 먼데

절망과 한숨이 하늘에 닿은 땅에도

이렇게 이렇게

여린 꽃잎들이 버티면

꽃이 피리라.

 

진정한

임진강의 봄이

저어만치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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