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경기 북부

임진강에서

임진강에서

자유로를 타고 달린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밀리지 않는 길이라 가끔 드라이브를 하기도 하던 곳이지만, 최근 연천군으로 자주 나들이를 한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해결되어 작은 농막을 마련하고, 지난 일요일엔 가을 배추와 무를 심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집에서 나갔고, 농막엔 티비도 없어서 소식이 어두웠는데, 이상하게 아침부터 헬기 몇대가 주변을 배회하고, 약수터에 물을 뜨러 삼화교를 건너는데, 군인들이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도열해 서 있었고, 경찰까지 나와서 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뭔 비상훈련인가 했는데, 바로 물이 불어 그 참사가 났다는 것이었다.

우리 농막이 바로 삼화교 근처인데, 아마 그 아래쪽에서 먼저 시신을 찾았다는 보도도 며칠 뒤에 나왔다. 그 곳이 물이 굽은 곳이라 그래도 찾기 쉽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맑은 물에 고기와 참게도 많이 사는 임진강에 그렇게 때 아니게 황톳물이 흐르는 것도 안타깝고, 무엇보다 희생자 가족들의 비통함이 얼마나 클지, 할 말이 없다.

임진강에 얽힌 이야기는 얼마나 많은가? 접경 지역이라, 사건사고도 많았고, 울 아버님 같은 경우 그 강을 직접 건너 오셨다는 말씀도 들었는데... 무신경하게 관리한 수자원공사 사람들에게 정말 분노가 치민다. 사건 사고는 정말 순식간에 생길 수 있는데, 안일하게 기계를 새로 설치하고 작동이 안되게 하였더니, 정말 말이 안 나온다. 우리 사회는 이런 안전불감증이 정말 문제이다.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어떤 사건이 나야 그제사 대책을 마련하고 난리이니, 가슴이 답답하다.

임진강이 무슨 죄가 있는가?

사람들 가슴에 아픈 추억만 자꾸 쌓이지 않게, 제발 아름다운 강으로 되돌아 가기만을 기원해 본다.




임진강가의 한가로운 어느 마을







'국내여행 > 경기 북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천 딴산, 그리고 산정호수  (1) 2010.08.12
산정호수, 하얀 겨울 3  (10) 2009.01.18
산정호수, 하얀 겨울 2  (2) 2009.01.18
산정호수, 하얀 겨울  (4) 2009.01.18
자유로에서 임진각까지  (8) 200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