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경기 북부

화천 딴산, 그리고 산정호수

모처럼 가족들과 3일간의 휴가를 떠났다. 큰 딸과는 함께 해외까지 가기도 했었지만, 작은 딸이 늘 바빠서 함께 하기 힘들던 휴가였다. 4식구가 다 함께 떠난 것이 몇 년 만인지 가물거릴 정도니...농장에 미련이 많은 남편 때문에 농장에서 미진한 일을 처리하고, 하룻밤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니, 태풍 덴무가 발목을 잡았다. 비가 어찌나 내리는지.....

오전 내내 뒹굴뒹굴 하다가, 호박과 갖은 야채를 넣은 부침개를 해서 먹었다. 날이 궂으니 어찌나 꿀맛이던지....배가 부르니 잠이 쏟아졌다. 낮잠 한숨 자고 나니 또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그냥 거기에 머무르긴 너무 황금같은 시간.....애들이 크니 이젠 가족끼리 휴가 한 번 가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원래의 예정대로 화천으로 날았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산길을 돌아들 때마다 환상적인비안개, 그리고 계곡에 쏟아지는 시원한 물소리....드디어 화천에 도착했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지만, 예약을 해 놓은 '나이테펜션'으로 부지런히 달렸다.

물의 도시 화천! 우리가 묵은 곳은 '딴산유원지'입구에 있는 황토와 소나무로 지은 예쁜 펜션이었다.늦게 도착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아주머니, 밥을 해서 먹기로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밥솥까지 내주셨다. 빗줄기가 잦아들었기에, 야외 텐트에서 맛있는 목살을 구워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하늘을 향해 지붕으로 낸 창에는 빗줄기가 머물고(맑은 날이었으면 별빛이 머물렀을 텐데)아직 초보티를 벗지 못한 펜션은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황토에서 느껴지는 싱그러움이 너무 좋았다. 강가라 에어컨이 필요없이 새벽이면 춥다고 에어컨이 없는 것이 조금 흠이긴 했지만, 아마추어 티가 나는 펜션이라 더욱 좋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아담한 강가를 산책하고, 시원한 폭포를 바라보니 신선 선녀가 따로 있을까 싶었다. 그 조용한 느낌을 깬 것은 군인들의 유격훈련이었다. 강바닥에 임시 위장막사를 설치하고 철조망 설치까지 훈련을 하는 우리의 아들들, 안스럽고 대견한 마음에 분위기 깬 것에 대한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아침을 해 먹고 나니 또 비가 부슬부슬 쏟아졌다. 그래도, 머물 수는 없는 일, 빗속으로 또 떠났다. 잠시 후 날씨는 맑아져서 다행이었다. 일제시대부터 짓기 시작해서 6.25때 더욱 진척을 했으나, 결국은 나중에 완공이 되었다는 '화천꺼먹다리'를 돌아보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아름다운 강, 그리고 산을 배경으로 까맣게 서 있는 다리, 물안개, 산안개를 배경으로 하여 더욱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화천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어, 이승만대통령으로부터 '파로호'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는 웅장한 호수,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 그 산을 넘나드는 구름모자, 그리고 물안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호수.....내친 김에 민족의 한이 배인 '평화의 종'이 있는 '평화의 댐'으로 가보기로 했지만, 왔던 길을 다시 가야 해서 그만 두기로 했다.

화천읍내에 있는 붕어섬으로 향했다. 쪽배축제를 한다고 해서 아이들을 잔뜩 기대를 했는데, 아쉽게도 딱 12시에 걸려, 1시간 동안 장비 점검시간이라고 했다. 황포돛배를 타고 강 양쪽을 건너보고, 건너편에 있는 쪽배 선착장으로 가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그래도 화천 시민들의 휴식처인 붕어섬을 산책하면서 한가로움을 즐길 수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백운계곡'이었다. 가기 전부터 '계곡, 계곡' 노래를 하던 작은 아이의 소원대로 백운계곡에 잠시 머물렀다. 비 온 뒤라 물도 더 많았고, 여기저기 물놀이에 정신없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시원한 계곡 물에 발을 담그니 나온 보람이 있었다. 원래 딸아이의 소원대로 계곡에서 물놀이를 제대로 하려던 것은 실행을 못 했지만, 발만 담그고 있어도 좋았다.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점심을 이동갈비로 먹기 위해서 다시 이동을 했다. 이미 시간은 2시를 넘겼지만 아침을 든든히 먹은 탓에 딱 적당한 시간이라며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우목정'이라는 갈비집이었는데, 지난 번 직원들과 함께 당일 여행을 할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다시 찾았더니, 역시 모든 식구가 만족하며 맛있게 먹었다. 보통 시내에서 먹으면 양이 많지 않지만, 1인분의 가격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면서도, 양이 많아서 아주 포식을 했다. 저녁을 먹지 않아도 될만큼.....

다음은 '산정호수'로 향했다. 남편과 나는 많이 갔었고, 나는 남편보다 더 많이 간 곳이었지만, 언제 보아도 좋을 곳인데, 남편은 심드렁했다. 그래도 내가 우겨서 산정호수로 향했다. 내가 묵었던 '율곡예절연수원'도 알려주고, 산정호수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환성을 질렀다. 너무 멋지다고.....모처럼 온 가족이 산정호수의 숲길을 산책하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물이 많아져서 '한화리조트'쪽으로 떨어지는 폭포는 더욱 아름다웠다. 재작년인가 남편과 둘이서, 모임사람들과 함께 왔을 때는 얼어있던 그 폭포가 제 몫을 다하느라 열심히열심히 쏟아지며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적셔주고 있었다.

산정호수를 갈 때 마다 감탄하는 것은 바로 소나무들의 멋스러움이다. 이번에도 역시 시선은 소나무들에게 집중되었다. 또한 큰 딸은 호주에서 보았던 '미러(mirror)' 호수 못지 않다고 감탄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다음날이니, 하늘은 가슴을 뭉클하게 할 정도로 맑았고, 흰 구름은 오염이 전혀 되지 않은 빛깔이었다. 바위산 명성산이호수 속으로 들어와 더욱 아름다운 산정호수, 정말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모습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호수는 비치는 물건에 따라 빛깔이 변한다. 녹음이 비치니 초록빛 호수요, 푸른 하늘이 비치니 비췻빛 호수, 새하얀 구름이 비치니, 또한 새하얀 호수였다. 소나무 숲에서 잠시 쉬면서 호수에 얼굴을 비추니, 호수는 바로 내 얼굴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소나무빛으로 곳곳에 일렁이기도 하고.....

반대편으로 돌아가니, 사유지라면서 철망으로 길을 막아놓았다.정말 한심한 일이었다. 정말 대책이 없는 것일까? 아무리 사유지라도 국민관광지인 산정호수 한 쪽을 막아놓다니...정말 아무 대책이 없는 것일까? 그것이 정말 가슴 아팠다. 그 철조망이 높진 않았지만, 넘다가 큰 아이의 긴 스커트가 걸리는 바람에 잠시 소동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호수 끝자락에 '대성참도가' 건물이 있었다.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촬영을 했던 바로 그 집이었다. 셋트장으로만 임시로 만든 것은 아닌 듯 집이 너무 멋있었다. 함께 열심히 시청했던 큰 딸과 나는 너무 감동했다. 그러나, 대문의 빗장을 꼭꼭 잠겨 있어서 안타까웠다. 사진으로만 추억으로 남기고, 탈렌트들이 걸었을 소나무 숲길, 그리고 근처의 허브농장 찻집에서 팥빙수와 냉커피를 마셨다.

산정호수를 생각하며 쓴 시들이 몇 편 있다. '나무는 각도를 잰다', '하늘매발톱꽃'을 보고 쓴 시, 나뭇가지를 보고 쓴 시, 호수에 관한 시 등....어제도 감동을 했던 만큼 또 몇 편의 시가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았던 하늘매발톱꽃은 이제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사유지를 상업화하면서 길이 너무 많이 바뀌어 있었기 때문에......

뙤약볕에 산책을 하느라 땀이 비오듯 했지만, 산정호수 주변을 돌아본 느낌은 식구들 모두 대만족이었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남편도 딸들이 너무 좋아하니까, 오기를잘했다고, 팥빙수와 냉커피도 쏘고....역시 자식이 기뻐하면 마냥 기쁠 수 밖에 없는 것이 부모 마음인 것이다.

다시 농장에서 짐들을 더 가져와야 해서, 연천으로돌아오는 길엔 모두 잠이 들었다. 남편만 열심히 운전을 하고....모처럼 열심히 걸었더니, 그것도 걸었다고 다들 피곤했는지....농장에서 보는 하늘도 너무 깨끗하고 멋있었다. 비 갠 뒤의 아름다운 하늘과 산, 그리고 강, 초록빛 벼들의 일렁임을 잠시 바라보니, 벌써 해가 저물었다. 점심을 거하게 먹어서 다들 저녁 생각은 없다고 해서, 에어컨을 켜고 잠시휴식을 취했다.

돌아오는 길은 내가 운전을 했지만, 짧은 단잠을 잔 덕분인지 편하게 운전하며 올 수가 있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짧지만 유익한 휴가는 끝이 났다.

'국내여행 > 경기 북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진강에서  (11) 2009.09.10
산정호수, 하얀 겨울 3  (10) 2009.01.18
산정호수, 하얀 겨울 2  (2) 2009.01.18
산정호수, 하얀 겨울  (4) 2009.01.18
자유로에서 임진각까지  (8) 200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