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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외박!

가끔 찜질방에 가곤 한다.

항상 수면 부족에, 일에 시달리며 살다보니 뜨거운 기운 속에 온몸을 맡기다 보면 피로가 확 풀린다.

게다가 한달에 한 번 정도는 때를 민다. 처녀적에는 절대로 남의 손에 몸을 못 맡기겠더니, 둘째아이

가졌을 때 목욕하기 힘들어 하니까 시댁의 사촌여동생이 때 좀 밀지 그러냐고 해서 시작을 했다. 아

이들 키우면서는 애들 때 밀어주고 나면 힘들어서 가끔 밀곤 하던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 때를 밀지

않으면 찝찝하다고나 할까?

최근에는 무조건 맛사지까지 한다.

나이 들면서는 자신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고 친구들이나 동료들, 동네 아줌마들까지 웬만하면 피부맛

사지들을 다니고, 이젠 태반주사에다 영양주사까지 맞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 그렇지만, 맛사지샵은

결혼할 때 예식장에서 해주는 맛사지 외에는 그다지 다닌 기억이 없다. 화장품 구입하면서 맛사지와

화장법을 조금 배운 터라생각날 때면 집에서 가끔 팩이나 해주는 것이 고작이다.

아무튼 글 쓰면서 책 사보는데 드는 돈, 여기저기 모임의 회비까지 쏠쏠하게 나가니, 몸에 투자할 맘

은 거의 못 먹고 있지만, 유일하게 큰맘 먹고 나 자신의 몸에 투자하는 것이 목욕탕 맛사지다. 요즘은

그 분들도 나름대로 노하우가 막강하여 어디가 안 좋은지 금방 알아차리고 뭉친 근육을 잘 풀어준다.

몇 년 전부터 어깨가 많이 아프고 부터는 더욱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목욕탕 얼굴 맛사지는 모공이

커지니 해서 안좋다는 설도 있지만, 얼굴 맛사지 보다, 지압효과를 좋아하는 셈이다.

목욕탕 맛사지 하면 웃기는 사건 하나가 떠오른다.

세상에서 깐깐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실울 스승님이 목욕 가서는 꼭 맛사지를 받으신다는 것

이었다. 정말 상상이 안되는 일이라며 제자들 모두 박장대소를 했다. 어떤 분은 절대로 남에게 몸을

못 맡기는데 선생님이 그러신다니 상상이 안된다면 난리!

그러자 샘 왈,

"뭐가 이상해서 못 맡기냐? 뭔 컴플렉스 있냐?"

그러셔서 또 다들 한바탕 웃었다. 연세 드신 분 같지 않게 늘 컴퓨터와 함께 사시는

분, 걷는 건 엄청 싫어하신다. 행사에 가도, 많이 걷는 곳은 초입까지만 가고 일행들 보고만 다녀오

라고 하시고, 가게 같은 곳에서 술을 드시는 분이시니....건강을 위해서 같이 가시자고 하면,

"너네나 잘 챙겨라!"

시면서 혼자 있겠다고 하신다. 그러면 누군가는 남아서 함께 있곤 하니까...

그 뒤에도 누가 어깨가 많이 아프다고 하시면, 맛사지와 목검운동을 권하시곤 하신다. 완전 목욕탕

맛사지 매니아신 것이다. 나도 딴 맛사지는 안해도 목욕탕 맛사지는 주기적으로 한다고 하니까. 선

생님께서도 "너도 그러냐? 하시면서 신기해하셨다. ㅎㅎㅎ 암튼

하지만 떠들썩하게 몰려가서 노는 건 좋아하지 않고,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삼는 편이다.

시집이나 문예잡지 한 권을 꼭 끼고 가서 틈틈히 읽다가 살짝 잠들기도 하면서, 피로를 푼다. 내가 조

용히 사색에 잠기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과 찜질방 가는 시간이다. 출퇴근 시간엔 메모도 못하지만, 자

연 속으로 다니다 보니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나마 차가 밀리는 날

이면 그 행복은 없어지고 말지만.....남편이나 식구들과 갈 때도 있지만, 나 시간 오래 걸린다고 식구

들이 그리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오래된 친구들과는 몇 년에 한 번 가기도 하는데, 그 때는 도란도란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기도 한다. 특히 일산에 있는 친구랑은 여성전용 한증막에 가끔 갔는

데 여자들끼리라 너무 좋다. 그 곳에 안 간 지도 벌써 2년은 넘은 것 같다.

그런데, 어제는 정말 외박까지 하고 말았다.

요즘 신학기라 부서점검과 교육과정 수립, 기타 업무에 정신없는 터라, 특히 어제 학부모총회를 하기

위해, 세세한 분야까지 준비할 것이워낙 많았기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두 번째 만남, 30년이 가까워가지만 늘 설레고 또 새로운 각오로 임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만남은

역시 새로운 아이들과의 만남이다. 그것이 적응이 되고 한 해 준비가 되어갈 즈음이면 그들의 부모님

을 만나는 시간, 가장 중요한 시간인 것이다. 설렘은 여전하지만, 사실 올해는 우리 반보다 학교 전체

일을 준비하는 것이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행사를 무사히 치르고, 수고했다고 대장님께서 사시는 저녁까지 간단히 먹고나니, 긴장이 풀

어지면서 퇴근길에 어찌나 졸린지.....며칠 잠을 설쳤기에 찜질방으로 향했다. 집에서 차로 2-3분 걸

리는 곳이다. 그 시간이 9시 쯤, 집에는 이제야 찜질방 가니 늦을 거라고 말하고선.....마침 사람이 많

지 않아서,별로 기다리지않고 전신맛사지를 받는데, 손길마다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만큼 몸

이 굳어 있었다는 증거....손을 댔으니 끝나고 찜질방 바닥에 누웠는데도 몸이 너무 나른했다. 잠깐

눈 좀 붙인다는 것이 깨 보니 두 시가 넘어 있었다. 두어 시간을 정신없이 잤나 보다. 집에 가려고 하

니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 때부터는 잠이 깊이 들지 않고 자꾸 깼지만 일어나기가 싫어서 뒤척거렸다. 온도도 썰렁한 곳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틴 적은 없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찜질방엔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잠

을 밖에서 자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그렇게 또 두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왔다. 침대가 어

찌나 편안하고 좋은지...! 잠시 편안한 잠을 자고 기상을 했다. 출근을 해야 했으니....

사실 그 전에도 퇴근하면서 바로 찜질방 가서 11시나 12시, 1시되어 집에 온 적은 많지만, 새벽까지

그렇게 외박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핸드폰도 사물함에 두고 잤으니 식구마다 문자에 전화에 난리를

친 흔적이 있었지만,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한 자리에서 시체처럼 누워 있었으니.....나이가 드니 얼굴

이 두꺼워졌다고 남편이 아침에 한 마디 하면서 웃었다. 배째라! 하고 나도 웃었다. 요즘 하도 힘들어

서 하소연을 많이 했더니, 이해를 잘 해주는 편이다.

사는 게 뭐 별 것인가?

이렇게 조금씩 물들어 가고,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 가는 일이 아닐까?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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