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

가수 이남이는, 음유시인

암(癌)

이놈이 저 죽는 줄 모르고 나를 죽이네

故 이남이(가수)선생님이 암투병으로 온몸이 그리 고통스러운데도 영면하시기 전날,

마지막으로 남긴 짤막하지만 의미심장한 시라고 한다.가수였지만, 기인으로 불리는 중광 스님과 8년을 함께 산 분이며,

소설가 이외수선생님과는 의형제라고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이다.

음악을 하셨으니 가수분들과의 관계도 많이 말씀하셨지만, 나로선 잘 모르는 일이고,

춘천에서 문학아카데미 행사를 할 때면 꼭 오셔서 함께 하시고, 작년 여름에는 밤늦게

원로 시인들과 노래도 부르며 인생과 노래, 시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딸 이단비와 함께 춘천에서 많은 활동을 하셨고, 2007년 문학과창작, 문학아카데미에서 주관하는 행사에서 시에 곡을 붙은 노래를 많이 불러주셨다.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딸 이단비

시인들의 시 낭송에 진지하게 감상하시는 모습

뒤풀이에서 시인들과 한 컷!

왼쪽부터 이섬 시인, 박승미 시인, 이남이 가수, 필자, 문효치시인, 이영춘 시인, 손옥자 시인




이것은 작년 숲속의 시인학교 행사 중, 여성회관에서 열린 시낭송회에서 허전 시인의 시, 어머니에 대한 것을

감정살려 낭독하여 좌중으로 하여금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저녁 식사 후 2부 행사에서 열창하고 계시는 고영시인, 이남이 가수, 허전 시인

노래방에서는 노래도 잘 안 부르시는 분인데, 공연료를 드린 것도 아니건만, 열창을 해 주셔서

좌중이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다.



깊은 밤까지 시인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 날 모두 수십곡을 불렀을 것이다.

함께 하신 분은 김생수 시인이시다.



가수였지만 시인들과의 교류를 좋아하셨고, 친한 친구이며 시인인 허전 선생님과는

막역한 사이였다. 최근 춘천 및 안양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위한 시강좌에 허전시인,

손옥자시인과 함께 특강와 더불어 시에 곡을 붙여 연주하며, 재소자들의 마음의 친구

로 봉사를 하고 있었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 그 기사가 났다.

어쩌다 뵈면, 늘 소탈한 웃음으로 맞아주시고, 지난 11월에 구로구에 행사가 있어서

뵌 것이 마지막 뵌 것이 되고 말았다. 그러고 12월초 입원 소식을 들었다. 송년회에

허전 시인님만 혼자 오셔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펑펑 울고 말았다.

1월에 한 번 문병을 가려고 했는데, 시간의 여의치 않아서, 2월에 가려고 하다가 영

다시 못 뵙고 말았다. 영정 사진으로만 볼 수 있어 어찌나 가슴 아프던지...

어찌 두 달 만에 가실 수가 있단 말인가!

재작년인가 동인지에 실린 책을 드렸더니, 일부러 전화를 해주셨다.

얼음

몸 한 귀퉁이가

아프게 잘려 나가도

얼음은 여전히

찬란한 빛을 내며 웃는다.

마지막 뼈대가

다 녹아내릴 때까지.

왜 사느냐고 묻지마!

"왜 사느냐고 묻지마!" 이 말이 너무 절절하다면서, 자기의 평소 철학과도 같아서 너무

좋다고 격려를 해 주셨다. 평소에 선문답 같은 짤막한 시를 잘 읊으셨던 분이다. 술과

식사를하면서 한참 이야기 하다가, 불쑥 인생은~~ 야. 하고 큰소리로 말씀하시곤

했던 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음유시인'이라 부르곤 했다.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 되

고 싶다고 서로 큰소리로 떠들곤 했었는데.....

항상 그리울 것이다.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내드리려고 모아놓고만 있었는데, 모든 것이 이젠 다 부질없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더욱 자유로운 영혼으로 좋은 노래 많이 지으시고, 편히 계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