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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꽃다지와 느티나무/배인환

꽃다지와 느티나무

배인환

얼어붙은 땅속 웅크린

꽃다지의 실뿌리,

잠자는 세계는

경계의 저 건너

하얀 겨울 넘어 노란 꿈

앙증맞은 몸에 별을 달고 있다.

겨자씨보다 더 작은

느티나무 씨의 세계는

백만 배의 몸통과 백만 배의 세월

꽃다지의 별의 세계

느티나무 잎 하나하나에 빛인 햇빛의 세계

산들바람에 나풀거린다.

이른 봄

꽃다지는 서둘러 씨앗을 퍼트린 후 사라진다

느티나무는 갈바람에

과년한 딸을 시집보내듯

씨앗을 실어 보낸다.

서로가 다른 세계,

잠자는 씨앗의 컴컴한 자궁 속,

삼세三世가

나의 어딘 가에도 숨겨져 있다.

-배인환 시집 '꽃다지와 느티나무' 중에서 -

<배인환 시인>

충남 금산 출생하여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한국시협, 한국문협 대전지회, 대전.충남수필문학회 회원이며, 공간시낭독회 상임시인이며 전원에서 동인이다.

시집으로 '길잡이' '외눈안경알' '가장 밝은 시간' 외 다수가 있다.

수필집 '아버지의 원두막과 어머니의 유품' 외 수필집 다수가 있고, 성균관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