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들의 나라
고정애
아파트 외벽은 아득한 낭떠러지
실금으로 갈라진 콘크리트
그 틈새에 깃들어 살고 있는 삶을 본다
설마 하면서 유심히 들여다보아야 볼 수 있는
작디작은 생명의 조촐한 잔치
여리고 가난한 연두빛 풀들이 유연하게 흔들린다
천둥번개 내리치고 비바람 세차게 휘몰아쳐도
칠팔월 불사르는 땡볕에 초죽음 다 되어도
맞서지 않고 꺾이지 않는 초연한 네 모습
높이 솟고 넓게 자리한 아파트 나라에서
콩크리드 외벽 실금으로 갈라진 틈새에서
주어진 대로
금세의 삶
오순도순 보금자리 꾸미고 있어
청량한 맥박소리 울린다
여섯 장 연분홍 꽃잎 펼친
꽃 서너 송이 거느려 살고 있는
풀꽃들의 나라, 향기로운 그 나라
--고정애 시집 '사랑 에너지' 중에서 --
<고정애 시인>
전남 목포시 출생
시집 '연필깎기' ,' 튼튼한 집', '사랑에너지'
일역 '105한국 시인선'
일역 김남조 선시집 '신의 램프'
일역 박제천 선시집'莊子詩'
2006년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2008년 국제펜클럽 번역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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