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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푸른 하늘에 유혹 당한 9월에...

블로그에 잘 못 들어오는 건 순전히 푸른 하늘에 유혹 당한 탓이다....

1

한 가지를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무척 여유롭다.

새학기라 할 일은 태산이라 몸은 바쁘지만, 지난 여름의 그 후유증으로 인해 할 일 한 가지가 사라진 일상은

너무 여유롭다. 그것을 실수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제부터는 매일 제 때에 퇴근 못 할 터인데, 하나가 나쁘

면 또 하나는 너무 좋다는 것, 이래서 세상은 살만 하다는 것이 아닐까?

2

요즘 하늘은 왜 또 그리 맑고 푸른지....

전에 없이 일찍 퇴근하다 보니, 퇴근하는 중에 일부러 호숫가에 차를 멈추고 하늘과 호수를 번갈아 바라보기

도한다. 퇴근하늘 길에 포도밭은 왜 그리 많은지...(일부러 고속도로를 마다하고 꼭 국도로 온다) 포도향기와

군데군데 포도상자와 맛뵈기를 쌓아놓고 파는 사람들의 그 넉넉한 표정....아직은 푸른 산, 그리고 도로가의 코

스모스, 들국화, 까맣게 빨갛게 누렇게 익어가는 열매들 천지다.

물이 들어왔다 나왔다 하지만, 붉은 풀들이 자라는 시흥갯골, 드넓은 갯골의 아침 햇살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아직 바다와 관곡지는 미루고 있다. 그 여름의 환한 수련과 연꽃들을 못 봐 준 것이 내내 안타깝다.

연꽃은 이제 다 질 지도 몰라 내일은오후에 퇴근하면서 들러볼 생각이다. 바다는 늘 그대로 있으니, 조금더

낙조를 볼만하길 기다렸다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산은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다.

3

또 하나,그 동안 튕기다시피 바쁘다고 얼굴 비춰주지 않았던 친구들과 조우하는 기쁨도만만치 않다.

요즘 술맛이 너무 좋다는 거.....!! 그저께는 무쟈게 비싼 참치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1인분에 엄청 고가인

참치를 먹었다. 와, 어찌나 고소하던지~~ 아주 산해진미를 다 먹고 다닌다. 내가 힘들다고 엄살 떨었더니

다들 엄청 쏜다. 뭐 헛 살아온 시간은 아닌 듯도 하고.....

또한 명예퇴임하시는 선배님을 배웅하는 자리도 있었고, 친하던 동료가 다른 지역으로 전근이 되어 또 회동

을 하기도 했고....이별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있는 법, 또 예쁜 후배를 가르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찌나

긴장을 하는지,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싶어 아련하기도 하고, 그저 예쁘기만 하다. 아, 세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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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두 편 보았다.

재미있다는 '해운대', '국가대표'를 며칠 간격으로 봐주었다. 두 편 다 너무 재미있었다. 지난 여름 목표인 영화

세 편 모두 달성, 전시회는 선배언니 전시회 밖에 못 갔으니, 가을에 풍성한 문화혜택도 좀 누려볼까 싶다. 이번

주에 개볼하는 로맨틱코메디 프로포즈를 볼까 했는데, 친구가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해서 연꽃 보러 갈 생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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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잡지들이 속속 나오고, 시인들께서는 시집을 속속 발간하셔서, 집에 오면 며칠에 한 권씩은 새로운

시집이 배달되어 있다. 그 뿌듯함은....

다 정독하지 못해서 잘 읽었단 답도 아직 못 드린 분이 많지만, 남들이 읽기에는 어쩌면 헛점이 많아보일 시

한 편 한 편마다 심혈을 기울였을 그 분들의 고뇌가 보이는 듯 해서 존경스럽기도 하고, 더욱 갈고 닦아야겠

다는 생각도 다지곤 하지만, 정작 시는 잘 못 쓰고 있다. 시집 내라는 권유가 많아서 정리를 하며 잡고는 있

으나,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니....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니 마음이 편하다.

6

뜻밖의 좋은 소식도 왔다.

내 시를 좋게 봐 주셔서 계간평에 써주시고, 또 그 잡지까지 보내주신 분이 계시니 얼마나 행복한가?

감사드리고,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써야겠다는 마음도 생기고...내가 쓴 서평도 나오고....쓰고 나면 늘 미진

한 듯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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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올 가을에는 좁은 땅에 농막을 하나 지었다.

임진강 가까운 곳에 비록 개발이 묶인 땅이지만 표나지 않게 농막을 지어서 옮겨 놓았다. 이번 일욜에는 선

을 보러 가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을 배추를 심기로 했는데, 얼마나 수확이 될지...

작은 시작이 아닐까....내년 봄에는 매실나무를 심을까 생각중인데, 몇 해 뒤 그 꽃이 활짝 필 생각을 하면

꿈에서도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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