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정확히 말하면 영일군은 나의 초임지가 있는 곳이다.
6학급, 100여명의 학생이 전교생이던 곳, 그런 산골 마을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실버타운으로 변해 있었다. 식구들과 몇 년 전에 찾았을 때는 야영잠을 겸한 무슨 랜드였
는데, 지금은 실버타운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야트막한 산의 다복솔밭은 지금은 소나무가 무성해졌다.
그 사이의 진달래들은 지금은 산에 올라야 볼 수 있을 듯....
그 때는 운동장에서 보아도 울긋불긋 아름다웠는데....
이 학교는 양 골짜기로 건천이 흐르고, 그 합쳐지는 지점에 학교가 있었다.
폐교된지 15년도 넘었고, 건천으로 다니던 버스는 이제 둑길로 잘 다니고, 건천에는 대신에 한가롭게
물이 흐르고 있다. 도로로 사용하지 않으니 내의 기능을 제대로 하는 것일까?
그 때는 비가 오면 급류가 되어 휴교를 한 적도 있었다.
세월의 힘은 참 묘하다.
이 집 삼남매들은 지금 무얼 할까? 어느 덧 중년에 접어들어 곱게 살아가고 있을 거야.
아마도 잘들 살고 있나 보다. 홀로 계실 엄마를 위해 이렇게 집을 잘 지어드렸으니........
이 곳 아래채에서 내가 살았었다. 바깥 쪽에는 잠실이 있었고, 뽕을 따 줄 때는 나도 거들기도 했는데....
뒷쪽 대밭에선 뱀들이 있어서 나는 무서워서 얼씬도 못 했다. 개구리 울던 집앞의 논은 여전하다. 왼쪽은
보리가 파르르 자랐었는데......
근처의 집들은 거의 다 바뀌었다.
다 현대식으로 잘 지어져 깔끔하고....
이 곳은 다른 골짜기에 있던 절의 입구이다.
정말 한적한 곳인데, 여전하지만, 절집이 더 늘어난 것 같다.
고석사.
자연석인 바위를 깎아 만든 불상이 있고, 그 불상을 덮어 절을 지었던 기억이 났다.
조용했지만, 들어가보진 못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들르고 싶은........
그 때 그 스님은 아직도 이 곳에 계실까?
이곳은 신창리 앞바다.
지금은 정확한 명칭이 맞는지 모르지만, 바위와 바다가 너무나 멋지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애국가 나올 때 일출광경을 찍은 장소를 전에 본 적이 있다. 거기 살 때는 이렇게 아름다운 바위가 있는 지 잘 몰랐는데
몇 년 전에 다녀갈 때 보니 너무 멋있었다.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었는데, 아직도 몇몇 사람들이 와서 늦더위를 식히
며 즐겁게 노닐고 있었다.
이곳이 고향이던 학교 기사아저씨가, 자주 회를 떠와서 싱싱한 회를 먹곤 했었다.
그 집 아이들도 이젠 마흔이 다 되어갈까? 젊은 부부가 참 금슬 좋았는데....
이 곳은 두 번째 근무한 학교이다.
참나, 개교 100주년이 2007년도 였다니, 대단히 유서깊은 학교이다.
그 때도 꽤 오래되었던 학교로 기억되지만, 학교가 그 때 만큼은 운치가 없고, 주변이 너무 복잡해져 있어서
실망스러웠다. 어떻게 차를 댈 수도 없는 좁은 골목길에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른다. 식구들이랑 가면 나만의
추억의 장소를 주의깊게 볼 수 없어서 떠나온 후 처음으로 가 보았는데, 주변이 완전히 변해서 추억이 별로 새
겨지지 않았다.
세월의 변화는 참 무섭다.
아직 흔적이 남아있는 몇 그루 나무들만이 추억을 되새기게 해 주었고, 빛 바랜 동상들이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건 최근에 새로 만든 비인 듯........
이승복 동상.
세월의 흔적이 물씬 묻어나는.....
독서상.
참 오래된 동상이다.
잠시 추억에 젖어 돌아본 곳들,
세월의 힘은 참 대단하다는 것이다.
내게 생긴 주름들 만큼이나, 자라나는 세대들은 더욱 쑥쑥 성장하고, 나무들은 아름드리
품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힘이다. 그 개발의 힘
은 지도를 변화시키고, 그 아름답던 형산강도 그저 무심히 흐르는 것처럼 보이고.....
나와 첫꿈을 함께 했던 그 녀석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그 녀석들은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일까?
멀리 와서 끊긴 소식들이 아쉽고 그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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