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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동해안 북부

비 내리는 정동진

정동진.

마음이 허전할 때면 다녀오고 싶은 곳 중의 한 곳이 바로 정동진이다.

버스 2대, 떼거지로 몰려서 갔지만, 정동진은 역시 마음에 든다.

여럿이 있어도 혼자일 수 있는 곳, 혼자 있어도 여럿이 될 수 있는 곳.

그 곳이 바로 정동진이다.

여러 번 갔지만, 이번엔 오랜만에 갔더니 역시 새롭다.

늘 썬크루즈쪽으로 갔었는데, 이번엔 그 쪽은 포기하고 아래쪽에서만 놀았다.

보트도 타고, 바닷가, 그리고 작은 공원을 거닐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멀리서 올려다 보는 거대한 배는 역시 위용이 대단했고,

이른 아침, 우산을 써도 비가 들이치는 바람에 옷과 가방이 다 젖었지만, 혼자 산책을

한 보람을고스란히 안겨주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바위섬, 그리고 등대, 바다....

그 곳에 내 마음 한 자락을 주고 왔다.


저녁 무렵에 도착한 바닷가에는 십이지신상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 띠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 일행들을 꼬셔서 한 컷씩 찍어주니 흐뭇했다.

자기와 관련된 것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이니까~

모두들 소년소녀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포즈를 취하고....



해변에서 보는 한가로운 정동진의 상징들...



반대편 바다도 역시 평화롭다.

사람들을 기다리는 비치파라솔이 몸을 접고, 바다를 지키고 있다.



아, 파도.

동해바다의 하얀 파도는 언제나 전율을 일게 한다.

누구와 보았던 파도인가에 따라서 아마 그 느낌도 달랐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왔을 때는 충만의 기쁨이, 혼자 왔을 때는 쓸쓸하면서도 시원한 그 알싸한 느낌,

여러 명이 같이 보아도, 쓸쓸한 듯 하면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 짜릿함....



이건 언제 세웠는지...

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아서였을까?

이번에는 새롭게 보였다.



이 다리도 역시 인식 밖이었건만....



이번에 발견한 아름다움 중의 하나.

바다가 하늘이고,

하늘이 곧 바다이다.

공간이 물이고, 물이 공간이고,

호와 호가 대칭으로 만나

완성을 이룬다.

바위와 모래도

물과 콘크리트도 경계를 알 수 없는

모호한 다리,

너와 나를 이어주는

소통의 다리를 발견했다.

아,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인가?


하얀 배 아래, 모텔이 있고,

또 그 아래 한옥이 있다.

꿈이 있고,

그아래 현실이 있고,

또 그 아래 추억이 있는 것이다.

정동진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있고

자연과 인간들의 교접이 이루어진다.



같은 장소도

유리를 통해서 보면 달라진다.

앵글을 통해서 보면

더욱 달라진다.

빛이 가미되면 또 달라진다.

이 세상에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파도를 보면

먹고 싶어진다.

갓 녹은 얼음처럼

차디찬 맛이 날 것 같은...



여름 바닷가의 고독.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하는데...





여서낭당.

유래는 알 수 없다.

'여'자가 붙은 것으로 봐서는 여인네들의 소망을 빌던 곳이 아닐까....

10번은 더 왔을 텐데.

이제사 보이다니...

무엇을 보고 다녔던가?



사람이 사는 곳에는 꼭 있어야 할 것들이

정동진에도 역시 있고...



주름을 수십만개 만들어진 바위섬.

바위섬은 말이 없다.

비가 와서 더 한 것인가?


비에 젖은 카페.

비가 와도 정말 많이 왔다.



언덕 아래에서 본, 정동진 해변...

제대로 모든 모습을 보여준다.

빨간 몸에 하얀 지붕의 텐트가 예쁘다.

비에 젖은 파도와 모래밭,

그리고 안개에 젖은 산.........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는 예쁜 나무 벤치.

내가 앉아주려다 참았다.





둥글게 둘러선 12지신상.






첫날은 저녁에 도착하여, 바닷가를 산책하고 보트를 탔다.

와, 보트를 모는 선장이 얼마나 짖궂은지, 하도 위협을 하면서 곡예를 해서 소리를 엄청 질렀다.

그 소리에 더 자극을 받았을까? 물에 빠뜨릴 듯 기울여서 어찌나 손잡이를 꽉 잡았던지, 모두 어

깨가 아프다고 난리였다.

배를 타고, 굴 근처까지 갔더니 경치가 너무 좋았다.

벽돌을 쌓아 만든 것 같은 예쁜 굴이었다.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무늬를 일부러 만든 듯한 그

굴....참 인상적이었다. 물에 젖을까봐 카메라를 못 가져간 것이 못내 아쉬웠다.

무섭기는 했지만, 스릴이 넘치는 보트타기 체험이 너무 좋았다.

아마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저녁에 과음을 하여마지막까지 남지 않고, 일찍 잠들었다는것이 또 기록이다.뭐 집 떠난 홀가

분함에, 언니들이 있어서 마음 놓고 마신 탓일 게다. 한 주일 너무 힘들고 바쁘게 일을 한 탓이기

도 할 테고.....여행 가서 그렇게 일찍 잠들어보긴 내 평생 처음이었을 것이다.

비가 많이 와서 아침 일정을 여유롭게 잡아서, 비를 맞으며 산책을 한 것도 또한....

여행은 이래서 행복하다.

같은 곳을 수십 번을 가도, 또다른 발견을 하게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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