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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단시초短詩抄/강우식

단시초短詩抄

강우식

1.생

죽기 살기로 한사코 붙잡고 늘어지고 싶다.

아무리 하나님이

회초리를 든다 하여도, 죽어라

말 안 듣는 초등학교 생도가 되고 싶다.

2.사랑1

바다 속

땅 속

몇 천 만자

깊이

유전은 발견하면서도

몸속

유전은

왜 모를까.

유전이다.

내 가슴 속

사랑의 샘이

터졌다.

기름값

좀 받겠다.

3.항로

여자라는 무거운 짐을 싣고서

난바다를 가는 듯 안 가는 듯 가는

컨테이너 화물선 같은 사내. 사랑 때문에

가끔 뱃고동 소리처럼 목젖 떨려도

묵묵히 가야 할 항로가 있다.

4.목숨이 있어

목숨이 있어

정관, 담석, 치질, 위암수술

째고 자르고 꿰매고도

끈질기게 살아왔다.

목숨이 있어

일, 경, 현, 숙, 옥, 문, 분, 등의 여자를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도

살 아프게 살아왔다.

목숨이 있어

하늘만큼 바다만큼 살아온

모든 업 내가 안고 죽는다.

목숨 다한다는 것, 끈끈한

삼복더위에

을지로통 강서연옥에서

냉면 한 그릇 먹는 것처럼

시원하다.

5.묘비명

어머니가 그리워서

한 잔 술에 취하면

수없는 꽃들의 손목을 잡고

하룻밤 같이 자자던

사내.

한 그루 나무처럼

끝없이

홀홀했던 인생.

여기 고향바다에서

한 줄의 시가 되어

잠들다.

만세! 만세!

-'문학과 창작' 2008 겨울호-




강우식 시인 약력




水兄,老平,果山 姜禹植

1941년 강원도 주문진 생
성균관대 국문학과 졸업
한양대 대학원 국문학과졸(문학석사)
성균관대 대학원졸(문학박사)

1966년 『현대문학』으로 데뷰(서정주 추천)

2006년 [강우식시전집] -전2권, 고요아침간행
시집:
<사행시초>
<고려의 눈보라>
<꽃을 꺾기 시작하면서>
<물의 혼>
<벌거숭이의 방문> 시극집
<설연집>
<어머니의 물감상자>
<바보 산수>
<바보산수 가을 봄>

시론집:
<절망과 구원의 시학>,<육감과 혼>,<한국 현대시의 존재성 연구>
<한국 상징주의시 연구>,<한국 분단시 연구>,<세계의 명시를 찾아서> 등 다수

시극:
<벌거숭이의 방문>(허규 연출 민예극단공연) <들입날출>

수필집
<통금 속의 사연들> <사랑을 찾아서>

공저
<시 창작법> 서정주,조지훈,박목월,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박제천,
<우리 문화의 길잡이> 최승범,<한국의 그림 이야기> 김철순
<문학개론>윤병로, 조건상

편저
<세계명시에의 초대>(전5권)현암사간

시<길은 초지일관이다>가 2001년 11월 28일에 확장 개통되는 영동고속도로
기념탑(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에 실리게 됨.



수상:
제20회 현대문학상,
제15회 한국시협상
제6회 펜클럽문학상,
제8회 성균문학상,
제34회 월탄문학상


성균관대 시학 교수 역임
월간 『문학과 창작』 주간 역임.

    2008년 시집 '별' 출간
    미네르바시선 1호 /연인M&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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