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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산경山經 /한광구

산경山經

한광구


산에 와 보니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와서 박히는 것임을 알았네.
내가 와서 산속에 박히니
풀도 나무도 저마다 와서
파랗게 자리잡고
물도 와서 모여서 흐르네.
하늘도 이렇게 와서
산속에 뿌리를 박고
산과 더불어 살고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네.
울창한 수풀들이 푸른 잎으로 자라
검붉은 몸뚱이로 잎새들을 바꾸며
땅속에 뿌리를 박고
하늘의 말씀을 읽고
땀처럼
눈물처럼
흘리는
물을 모아
산 아랫마을로 보내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네.

-2006년 한국시문학상 수상작-

한광구(韓光九) 시인―경기 안성에서 출생

―연세대 국문과 및 한양대 대학원 졸. 문학박사.

―74년 『심상』 등단.

―시집 『상처를 위하여』 『꿈꾸는 물』 『서울 처용』 『깊고 푸른 중심』 등. 소설집 『물의 눈』이 있음.

―현재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

―www.hankwangko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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