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비, 오늘도 비....
어제 아침엔 차가 보트였다.
갑자기 집중호우가 쏟아져서, 도로가 호수가 되었다.
빗줄기가 얼마나 거센지, 라이트를 켜도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앞차와 조금 거리를 두고 속도를 줄여서 갔더니, 그 와중에 끼어드는
차가 쾌속정 같았다. 그러다 사고 나면 어쩌려고~~
그래봤자 몇 분 빨라지지도 못할 텐데...
어제 아침엔 곳곳에 사고 소식, 큰 도로는 다 막히고 난리였지만, 내가
선택한 길은 그래도 제 속도를 유지함을 다행이라고 여기며 달렸다.
비라는 존재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만, 또 마음을 풍요롭게 하기도
한다.
7-8분 내리쏟던 비는 물왕저수지쪽을 지나자 잦아들고, 요즘 새로 개발
한 길을 달리니 뽀송뽀송하다. 거긴 산길인데다 길이 깨끗하고, 미끄럼방
지까지 되어 있어 달리기 아주 좋았다. 뿌연 비안개 속에 드러나는산, 그
리고 밤꽃들의 누르스름한 자태까지...
좀더 지나니, 언덕 아래 호수가 아련하다.
작은 호수인데,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물빛이 마음을 아찔하게 한다.
아침이라 낚싯군들도 없고, 그저 고요만이 호수를 찾아들고...
오늘 아침에도 그 길로 왔다.
빗줄기는 적당하고, 선배 언니와 정담을 나누면서 왔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은?
창문을 잠시 열고 들이치는 이슬비의 신선한 감촉도 느끼고, 밤꽃 냄새도 맡
아본다. 비가 와서 냄새는 별로 나지 않지만, 아침부터 이외수의 싯귀가 생각
난다. 대학 때인가 보았던 소설에 등장하던 싯귀, 밤꽃 그늘 아래서...
그땐 그 싯귀가 너무 외설스럽게 느껴졌는데..세월이 변하면 마음도 변하고..
춘천에서 이외수 시인이 사는 모습을 춘천의 가수 이남이씨와 친한 시인들께
많이 전해듣고는 더욱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도 볼 수 있고...올 봄에 그 댁에
한 번 방문하기로 했었는데, 아직 실행을 못 하고 있다.
비 오는 날은 커피를 마시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벌써 다섯 잔 째다.
창밖에서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진한 커피향에 매료 당하면서 조용
한 교정을 지키고 있다. 할 일은 많아서 남아 있는데,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비에 대한 노래를 들으니,더욱....
이렇게 또 하루가 가고 있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으아, 건망증! (13) | 2008.06.30 |
---|---|
아자아자, 화이팅! (10) | 2008.06.20 |
화창한 금요일! (2) | 2008.06.13 |
적응하기 어려버랑! (9) | 2008.06.11 |
몸은 말을 안 듣고 마음만.... (12) | 2008.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