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수도의 정기를 받아 왔음에도 지난 한 주 무척 바쁘게 지냈던 터라 마음이 갑갑
했다.1시에 퇴근을 하고 병원을 들렀다. 약을 받고 망설였다.
집에서 일하려고 잔뜩 싸들고 왔지만, 일할 기분은 아니고....
차를 대부도로 돌렸다.
밀리는 77번 국도를 피하여 공단쪽으로 길을 잡으니 주말 오후라 한산하다.
공단 안쪽 도로를 끝까지 달려본 건 처음이다.
시화방조제 쪽에서만 바라보던 시화호는 또다른 빛깔로 보인다.
호수쪽은 거의 높은 가림막으로 가려 놓고, 군데군데 뚫어 놓은 사이로 보이는 호수.
공단은 방조제를 만들어서 생성된 매립지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이제는 공단으
로 정착을 하였지만, 아직은 상쾌한 냄새가 아닌 것 같다. 느낌일까? 초기에는 오염
이 심했고,지금은 많이 좋아졌는데....
바닷가 도로엔 해당화가 만발이다.
해당화가 서해안에도 잘 자라는구나. 그렇겠지.
대부도 초입에서는 하얀 해당화꽃도 제법 피었다. 찍지는 못했지만...
대부도 가는 길.
시화방조제로 들어가는 바다쪽은 물때가 밀물이라 그런지, 갓길이 완전 주차장이다.
낚시하는 사람들로 빽빽하다. 고기가 많이 잡히는 것일까?
그러나 달리기에는 아주 적당하다. 차들은 규정 속도로 천천히 달리고, 은빛 물결을
바라보며 달린다. 밀물 때의 바다 빛깔은 좀 흐려 보인다.
멀리 작은 섬이 보이고, 인천시내 고층 아파트 건물이 웅장해 보인다.
12킬로미터를 바다를 바라보며 달린다.
방아머리 먹거리촌에 도착했다.
횟집마다 호객을 하지만, 눈도 깜짝 않고 달린다. 오늘은 백사장쪽도 그냥 지나친다.
사람들 붐비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다. 구봉리 쪽으로 달린다. 그처럼 한적하던 곳이
이제는 낚시터를 대대적으로 만들어 놓아 사람들이 무척 많다.
차를 돌린다. 오솔길을 따라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며 간다. 출퇴근 하면서
바라보기만했던 아카시아꽃 향기는 온 산을 가득 채우고,차에 닿기도 한다.
그 사이 예쁜 펜션 촌이 자리를 잡았다. 아직도 조성 중인지, 조경 작업도하고,
텃밭에서 일도 하고....
좁은 오솔길을 지나니, 몇 년 전에 보았던 터에 별장인 듯한 집들이 단장이 한창이다.
어쩌면 펜션을 만드려는 지도 모르겠지만, 아담한 집을 지나니 전통한식집이 눈에 들
어온다. 전보다 더 예뻐진 듯...웰컴 투 동막골....주변이 전통마을이라 불린다.
또 다시 덜컹덜컹 무슨 모텔도 지나고, 아슬아슬한 길을 지나 영흥도 가는 도로와
만난다. 이 길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처럼 대부도를 자주 드나들던 사
람들 외에는....선재도, 영흥도 연륙교가 생긴 뒤로는 붐비는 이 도로. 건물들이 새
로 생긴 곳도 있고....작업이 한창인 곳도 있고...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는 세 섬....선
재대교를 지나 선재도를 지나친다. 목섬은 물길이 열리지 않아 조용하다. 곧 영흥대
교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 한가운데 명물이 아닐 수 없다. 영종대교와 비슷
한....
긴 다리 사이로 보이는 바다, 그리고 섬들.....
십리포로 길을 잡는다. 아직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한여름엔 발 디딜 곳도
잘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곳이다. 돌아돌아 해변에 닿으니, 유유자적하는 가
족들, 연인들, 이 즈음의 해변에 적당한 인파다. ATV라고 하던가? 4륜 오
토바이가 해변을 달린다. 아빠와 아들이 신이 났다.
이 곳은 소사나무군락지로 유명하다.
국내 유일의 소사나무 자생지로 보호숲이다.
청초한 한 무더기 꽃이 너무 예쁘다.
바다를 향해 피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다시 내동쪽으로 길을 잡는다. 작은 길로 들어서니 햇살 눈부신 날이라 논밭에서
일하는사람들이 많다. 일부러 좁은 길을 골랐다. 완전 산길이다. 전에 길을 찾다
헤매던 곳이라, 지나면 다시 큰길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참을 달
려도 이상한 길이라 또 걱정이 되었지만, 드디어 이정표가 나온다. 장경리해수욕
장으로 길을 잡는다. 전보다 정말길이 좋아졌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 바다가 아득
하게 보인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얼마전 보고 온 한려수도 못지 않다. 섬들은
마치 구름 뒤에 떠 있는 듯 하다.
줌의 한계로 제대로 담을 수는 없었지만, 반대편 산마루에 오르면 더 잘 보일 것
이다. 근처는 개발을 하는 중이라, 땅 투자 안내 전화번호가 눈길을 끈다. 여기
정도면 집 한 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로운 곳에서 며칠 씩 머물고
싶다는.....
펜션들도 많아졌다. 노을과 바다, 미리내.....아마 일몰이 장관일 거야.
장경리엔 사람들이 더 많다. 무리 지어 주말 오후를 보내로 온 사람들이 무척 많다.
그러나 아직은 여유롭고, 이곳 역시 4륜오트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소나무둥치가 무척 굵고,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다.
다시 돌아오는 길.
전에는 오솔길로 구불구불이던 길이 아주 좋아졌다. 영흥도는 아직도 가능성이 많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젠 내리 달린다.
다시 선재도를 지나니, 그 사이 물이 빠져 목섬 근처 바닷길엔 산책하는 사람들로 가득
하다. 대부도 처럼 모랫벌이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진도 찍지 않고 그냥 달려
나온다. 어촌에 들러서 차를 댈 수는 있었지만, 그냥 눈에만 담아 두고, 더 밀리기 전에
집으로 향했다. 선재대교 근처에서는 어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근처의 횟집에서
는 목섬을 갈 수 있도록 배려도 하고 있다.
다시 방조제.
이쪽은 시화호수쪽이다. 토마토쥬스를 한 잔 마시면서 이 근처에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
다는 것을 알았다. 레드하우스엔 커피도 팔면서 낚싯밥도 팔고 있었다. 부부가 아내는 커
피를 팔고 남편은 낚시준비물을 팔고...
토요일 오후라 막히는 길을 돌아 샛길로 샛길로 내닿는다.
바닷바람이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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