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갈수록 좁아진다.
단독이라면 단박에 방을 하나 더 만들고 싶다.
옷과 책이 감당이 안된다.
입으려면 입을 옷이 없는데, 계절마다 정리하려고 하면 처치 곤란이다.
책도 단행본들은 동생네 체육관으로 거의 부쳐주었건만, 공간이 절대부족이다.
거실로 나가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집안이 너무 어수선할 것 같아서 안방에서
처치하려고 하니, 역부족이다.
하여 지난 주부터 정리가 덜 된 상태에서 지난 일요일에는 남편과 선배분의
주말농장에 가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는 작은댁과 술추렴까지 하고 월요일
부터 여행 다녀오고, 어버이날 여주에 다니러 오신 어머니도 만나고 하다 보니
뒤숭숭했다. 그래서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연 3일을 집안 대 정리에 들어갔다.
어제 드디어 방정리를 끝내고, 오늘은 양쪽 베란다 정리 및 청소까지 마쳤다.
화분도 엉망이다.재작년까지는 내가 주말에 주로 돌보던 화분을 작년부터 시
아버님께서 하셨는데,죄송하지만 완전 엉망이다. 아버님은 뭐든지 열심히는
하시는데 일처리가 꼼꼼하지 않으시다. 그리고 깬 화분들도 많고....내가 아끼
던 난 화분들이 남은 것이 몇 개 안된다. 화분들이 엉망으로 뒤엉켜 있고, 무
조건 거름만 많이 주시고 채광에는 신경을 잘 못 써서 화분들이 모두 뒤틀려
있었다. 휴, 어찌나 속이 상한지....물론화초를 좋아해서내가 벌인 것들이니
내가관리했어야 했지만, 바빠서 어쩔 수 없었다.
죽은 화분이 부지기수이고....
난들도 모두 뒤틀려 있다. 분갈이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버티컬이 또한 문제이다. 무리하게 잡아 당겨서 잘 작동도 하지 않다 보니, 주
로 가리게 되어서 햇볕도 골고루 받지 못해 그야말로 불쌍한 신세들이다. 10여
년을 키워온 꽃기린도 세 개 중 두 개가 다 말라 있고 한 개도 잎이 제대로 뻗지
못하고 있다.홍콩야자와 다른 벤자민에 조금씩 끈끈하게 붙은 해충도 떼어내
고 화분들 위치도 나름대로 바꾸었다.
관엽식물 중에 끈끈이 진딧물이 심한 것은 모두 잘라 버렸다.
군데군데 새순이 나오는 것만 남기고 모두....
그런데 딱 한 가지 기쁜 일이 있다.
바로 벤자민에 열매가 달린 것이다. 화분들을 너무 빡빡하게 배치해서 뒷쪽으
로 숨겨져 있던 초록 열매가 어찌나 앙증맞은지...벤자민을 오래 키워봤지만
이 벤자민은 재작년에 삼촌네 화원에서 새로 가져온 것인데, 키는 작지만 시
아버님께서 거름을 듬뿍 주신 덕에 열매를 맺었다. 정말 신기하다. 온 식구들
이 그 열매 달린 것을 모르고 있었다. 얼마나 불쌍한 벤자민인가?
밤에 찍어서 어둠침침하지만, 탱글탱글한 열매가 어찌나 싱싱한지!
한 가지에만 붙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빨갛고 예쁜 꽃기린.
이 꽃기린은 10년도 더 키웠다. 365일 꽃을 달고 있는 ....
이제 너무 노화한 것일까? 두 포기가 말라비틀어져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오늘 반성을 많이 했다.바쁘답시고 무심하게 내버려둔 화초들에게 너무 미안
했기 때문이다. 이제 좀더 신경을 써야겠다.
어깨가 오랫동안 아파서 힘 주어 닦은 일은 잘 못해서 유리도 늘 마음에 걸렸
는데, 남편이 유리창까지 말끔히 닦아주어 기분이 그만이다. 여기저기 청소
하느라 온몸이 쑤시고 어깨 통증은 더 심해졌지만,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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