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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꿈속의 강변/문효치

꿈속의 강변

문효치


아무도 보이지 않는
널따란 대낮이었다.

소년은 강바람 속에서
머리칼을 날리며
어린 꿈을 길어 올리고 있었다.

만경강 어구
뻘밭에 무성한 정숙을 쪼개내어
툼벙퉁벙 강물에 던지고 있었다.

무릎에 차오르는 밀물에
문득 짧아진 하루를 법으로 만나며
기어오르는 강둑으로
미류나무는 다가와 있었다.

하늘 한가운데 쯤
까치집을 틀며
소년의 풋풋한 꿈을 품고 있는 나무는
눈부신 푸르름 속을
수많은 팔을 뻗어
저어가고 있었다.

저 멀리
초가집 마을은
굴뚝에 길다란 깃발을 늘어뜨리며
안개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언덕 밭을 올라가는 옥수수는
수염이 하얗게 세고
수년의 꿈은
옥수수 알갱이 속에서도
톡톡 튀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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