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내고 보니, 그 일로 더욱 바빠졌다.
둥~~떠서 살고 있다는 표현이 적당하리라.
첫째, 전화와 문자에 불이 붙은 듯....매일 배터리를 자주 갈아끼워야 할 지경......
모르는 전화도 받아야 하고....
둘째, 이메일도 폭주.....
셋째, 보내오는 책들, 그리고 편지들...
넷째, 축하주 내지는 축하식사 사겠다는 제안들....
믈론 빈 말도 있겠지만, 대체로 반응이 좋다.
선배시인들께서 특히 좋은 평들을 많이 해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
첫시집인데도 작품들이 무척 좋다고...
물론 별로 마음에 안 드시는 분들은 말씀을 안 하실 수도 있지만,
일면식도 없이 그저 작품만 보고 좋다고 소식을 주신 분들이 많아서 뛸 둣이 기쁠 때가 많았다...
또한 대체로 작품평이 까다로운 분들께서도 칭찬의 말씀을 해주셔서....
사실, 시집을 내고 나서, 무척 걱정을 많이 했다.
첫선을 뵈는 것이기에 어찌나 가슴을 졸였는지....
또 시에 대해서 잘 모를 수도 있는 일반 독자들도, 친구들도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고....
그렇다고 절대로 자만해서는 안되리라.
작품을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나 차이가 날 수 있으니까..
자기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중요하기도 하고...
좋은 시는 단번에 읽혀지기도 해야겠고, 또오래오래 여운이 남아야 하는데...
좀더 어렵게 쓰여진 시는 쉽게 안 읽혀져도 두고두고 생각하면서 읽을 수도 있고...
한 친구는 좀 어렵다고도 했다. 정말 어렵게 쓰여진 시를 많이 안 읽어서 그럴 거라고 웃으면서 말했지만,
시는 여러 번 음미하면서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은유가 심한 시는 두고두고 읽어야 함을...
모든 시를 다 쉽게만 쓸 수도 없고, 다 어렵게만 쓸 수도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암튼, 정신없다.
미리 작성된 주소록으로 책들을 보낸 뒤로, 추가로 작성된 명단으로 더 보낼 곳들엔....아직 못 보내고
있다. 학기말이라 직장도 회식이 잦고, 나로선 내년 준비과정도 만만치 않은데다, 출장까지 잦다 보니
하루가 어찌 가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최근에 은사님까지 찾아서 그 일로 두 주말을 대구에 다녀오고 보니....
특히 지난 주말엔 감격적이었다.
30년이나 지난 뒤에 모시게 된 초등학교 은사님들의 감격스런 말씀들....
시집에 있는 시낭송을 듣고, 또 은사님들의 말씀을 듣고 감회에 젖어 눈물 짓는 친구들도 있었으니...
나로서는 특히 사랑을 많이 주셨던4,5,6학년때 담임선생님세 분을 다 모실 수 있었으니. 정말 너무 기
쁘고 감격스러웠다. 물론 12월 첫주에 두 분은 먼저 뵈었지만, 그저께 4학년때 선생님까지 뵐 수 있었
으니, 어찌나 기쁘던지...
12월 첫주에는 우리 반끼리 5,6학년때 은사님을 모시고 사은회를 했다. 어찌나 감동스럽던지, 모두 눈
물을 찔끔거리며 선생님들을 뵈었다. 도시 변두리 학교, 어려웠던 70년대 초반의 현실, 대체로 어렵던
시기였기에...이제 자기 자리에서 모두 제 몫들을 하고 있으니 어찌 아니 감격스러울까?
우리는 실험기간으로 5,6학년때 친구들이 몽땅 함께 같은 반이 되었다. 반 이름과 담임선생님만 바뀌
고, 우리들은 2년 연속 함께 공부했기에 추억도 많고 결속력도 남다르고, 그 중 특히 우리 반은 유난을
떨 정도로 유대관계가 좋았다.
그 영향이 바로 5학년때 무척 열정적이셨던 담임선생님 덕분이었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뭐든지 최고가
될 수 있다고 하시며, 늘 최선을 다 해주셨기 때문이다. 우리 반은 모든 대회를 휩쓸었고, 성적도 다른
반 보다 월등했다. 자아의식도 많이 생기고...특히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나에게는 선생님의 교사용 문
제집은 모두 챙겨주셨다. 덕분에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였고 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해서거의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교사가 되어 선생님을 멘토로 삼고 열심히 살아왔는
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늘 뵙고 싶었는데 너무 늦게 연락을 드려 죄송할 뿐이다.
그래서 다소 온화하시던 6학년때 담임선생님께는 처음에 솔직히 우리가 시집살이를 은근히 시키고 반
항도 했었다. 나중에는 선생님의 사랑을 알고 그 선생님의 좋은 점을 잘 흡수하였지만.....
4학년 때 선생님은 또한 나를 성장하게 해 주신 분이시다.
3학년 때 까지는 뭐가 뭔지도 잘 모르고, 도시 생활에 겨우 적응하던 나였고, 4학년 때부터는 나의 잠
재력을 알아보시고 무척 다정하면서도 공부할 마음을 심어주셨다. 그 때 부터 어려워지던 집안 형편
을 극복할 수 있도록 배려를 다 해주셨기 때문이다. 문제집도 다 챙겨 주셨고, 공부할 자료를 어떻게
든 구해주셨던 분이시다. 나에게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에게도 개성에 맞게 배려를 잘 해주신 듯....
나는 선생님의 자양분을 특히 잘 흡수해서, 선생님께서도 나를 보며 신바람이 나셨다고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습관과 성적이 평생을 간다는 말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도 같아서,
나도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물론 요즘은 성장이 더 빨라지기도 했지만.....인간의 발달단계는 큰 차
이가 없는 듯....
특히 동기회 중에서도 우리 반이 지금도 아주 적극적이고 대체로 잘 풀린 친구들이 많아서 선생님들
께서 은근히 자랑스러워하시는 듯....한 가지 가슴아픈 일은 그 사이 두 분 은사님이 돌아가셔서 두 반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우리 반을 어찌나 부러워 하는지....5,6학년 때 두 분을 다 모신 반은 우리 반 뿐
이었으니까....물론 두 분은 4학년 때도 가르친 아이들이 있어서 다들 반가워했지만....
그리고, 최근에 우리 반 담임선생님의 연락처도 내가 수소문을 했고, 다른 은사님들 몇 분도 그 두 분 때
문에 찾은 것도 있고, 사은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된 것도 우리 반이 계기가 되어, 더욱 기뻤다. 친구들이
다들 고맙다고 어찌나 인사를 하던지...같은 교직에 있어서 전부터 수소문을 할 수도 있었는데, 퇴직을
하신 후에 마음을 먹었으니 쉽지가 않았기 때문에....
나로서는 제3의 삶을 선택한 후, 오랜 숙원이었던 시집출간, 그리고 가슴 속 응어리로 남아서 늘 뵙고 싶
던 선생님들을 뵐 수 있어서 올 연말은 무지개 위를 걷는 기분이다.
내 시들을 읽은 분들도, 조금의 위안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들. 존재의 이유 등을 조금이라도.....다시 생각해 보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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