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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달/고영

고 영

식은 밥 한 덩이

하늘 가운데 불쑥 떠올랐다.

식은 밥이라도 한 숟가락 퍼먹으면

유년의 주린 배가 불러올까

헛배라도 부를까

군침을 흘린 적이 있다.

꽁보리 섞인 고봉밥그릇 속

미끌미끌한 밥알들

마사토처럼 거친 볍씨들

어머니, 밥그릇을 품고 뭐하세요?

식은 밥그릇 속에서

과수댁 어머니가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아들아,

굶주림을 버릴 수만 있다면

밤하늘에 밥그릇이라도 띄워놓고

치성으로 받들고 싶구나.

달 속에서 벼 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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