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시

눈물렌즈/이영식

눈물렌즈

이영식

어머니, 눈물 너머 바라본 도시의 숲과 새들이 슬퍼요

밤 도토리 몽땅 털린 다람쥐 청설모가 슬프고

아파트 공사장 쇠붙이로 둥지를 엮는 철새가 슬퍼요

눈물 닦인 세상은 슬픔 밖인 줄 알았는데

구겨진 신문지로 견디는 노숙의 잠이 슬프고

나어린 가장들 라면 끓이는 소리 설거지 소리가 슬퍼요

어둠 속 떼 지어 일어서는 붉은 십자가 숲에서도

눈물로 녹여야 닿을 수 있는 희망온도가 있나봐요

언제부터 실금이 갔는지 슬픔이 자꾸 새요, 어머니

-시집, '희망온도, 천년의시작, 2006' 중에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하독작(月下獨酌)  (3) 2007.06.03
수자직(繡子織)으로 짜기/이 솔  (0) 2007.04.29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고영  (0) 2007.04.22
달/고영  (0) 2007.04.22
둘이 혼자가 되어/릴케  (0) 2007.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