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설날이 되면 떡국을 잔뜩 먹을 수 있어서 어찌나 좋던지!
초등학교 1학년까지 살았던 시골에서의 명절 기억은 많지는 않지만, 풍요로웠던 기
억이 난다.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명절만큼은 그래도 참 풍요로웠다.
갈무리했던 모든 음식들이 동원되고,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래떡과 찰떡을 먹
은 기억이다.마당에 찹쌀을 떡메로 찧던 기억, 아마 남자들이 번갈아가며 떡메를 쳤
던 것 같다. 쫄깃쫄깃한 찰떡에 고운 콩가루를 묻힌 인절미, 그 쫄깃쫄깃한 맛......
그리고 가래떡도 그렇게 쳤던 것 같기도 하다.
가래떡은 할머니와 큰엄마, 울엄마, 작은엄마가 길게 늘여서 만들었던 기억......
금방 쪄진 가래떡을 먹는 맛이란!!! 아궁이에 구워 먹기도 하고...
가래떡 써는 것도 큰일이었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떡을썰 때는 마루에 빙 둘러 앉
아서 써시곤 했다. 명절에는 다른 떡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절편의 맛 또한 기
가 막혔다. 참기름을 발라먹는 쫄깃쫄깃한 절편, 지금 파는 참기름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그 고소한 참기름맛 때문이었을까?
호주에 사는 조카가 와서 울시어머니께서는 가래떡을 준비하셨다.
나는 바쁘고 번거로워서 좀 사오면 될텐데, 부산하게 그러시냐고 한 마디 하고 말았
지만, 멀리서온 손주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어떤지 짐작이 간다. 결국 떡 써는 일은
내게 떨어졌으므로, 아픈오른 쪽 어깨가 더 혹사를 당해야 해서 나로선 괴로움이었
지만, 뭐 어쩌겠는가...돈을 들고 나가면떡을 금방 살 수 있는데도 떡을 해야만 안심
을 하시는 어머니 세대로서야 어쩌겠는가....
오늘 썬 떡으로 떡국을 끓여 먹었더니, 역시 맛이 달랐다.
그러나, 예전에 시골집에서 대식구가 먹던 그 맛은 아닌 것 같다. 그 때야 오늘의 나
처럼 고기육수에다 끓인 것도 아니었는데, 어쩜 그리 맛있었을까? 요즘 고급화된 입
맛 탓이기도 하거니와, 시골의 그공기와 정들이 모여서 더 맛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명절도 아닌데 몇 년 만에 가래떡을 빼고 나니,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
지금은 판도가 바뀌어 쓸쓸하기만 할 시골이지만........이번 겨울에 한 번 들러야겠
다. 완전히 눈도 잘 안 보이신다는 큰아버지도 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