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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폭포는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허만하

폭포는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허만하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것은 연어만이 아니다. 낙하지점

에 이른 나이아가라 강물은 한순간의 연푸른 망설임 끝에

부들부들 떨며 허공에 몸을 던진다. 폭포는 원래 11

류에 있었다. 몸으로 빙하기 암반을 깎으며 흐름을 거슬러

현재의 위치에 이른 1만 년의 물보라.

설악산 자락 남대천 늦가을을 찾아 북태평양 2만

푸른 물 너울을 헤치는 연어의 집념처럼 폭포는 인간의 언

어를 넘어선 치밀한 보폭으로 물길 방향을 거슬러 오른다.

죽으러 가는 생물은 태어난 자리를 찾는다.

언젠가는 노을을 반사하는 암벽을 노출하고 사라질 폭포

는 천의 천둥소리와 함께 중천에서 부서지고 있다. 1년에

1.2cm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시시각각 상류를 향하

여 생물처럼 움직이고 있는 장대한 물의 낙차. 나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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