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표시

제주 상사화 相思花

제주 상사화相思花

 

황경순

 

제주 절물오름 장생의 숲길에

빛 바랜 꽃 한 송이

메마른 웃음을 삼키고 있다

 

절해고도絶海孤島에 유배된 선비의 아내,

붙박이 꽃으로 찾아와

지아비를 지키고 있다

 

평생 푸른 잎을 만나지 못해도

삼나무 숲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해도

가녀린 줄기 하나로

말없이 절물오름 장생의 숲을 지킨다.

마른 버즘 온통 하얗게 피어오른

커다란 얼굴을 이고

꿋꿋이,

그 누구보다

장생長生을 하고 있다.

 

온몸이 말라가도

힐링(healing), 힐링(healing)

미래형 열정으로

하얗게 하얗게

제주의 여름을 수놓고 있다.

 

-2013 미네르바 봄호-

 

 

'발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포 속에 사는 새  (0) 2013.06.18
시간의 벽壁  (0) 2013.06.18
빛의 무게『시산맥詩山脈』2013 봄호  (0) 2013.02.25
시화전시/소리가 맛이 되고, 맛이 소리가 되고  (9) 2012.12.16
풀은 죽지 않는다  (3) 201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