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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폭포 속에 사는 새

폭포 속에 사는 새

 

 

검정칼새 떼는 12천만년 전부터 여의도의 630배 초당 6만톤의 물을 쏟아붓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이과수 폭포 속 가파른 절벽을 점거했다

 

이과수폭포에 아침이 오면 날쌘 검정칼새 떼 수천만 마리가 한꺼번에 세찬 폭포 물살 속에서 솟구쳐 오른다 18센티미터 작은 몸으로 어느 새보다 빨리 시속 170킬로미터로 순식간에 날아 폭포 속 무지개의 일부가 된다 이 날개 저 날개 날개마다 무지개를 달고 힘차게 날아오른다

 

석양이 폭포와 씨름하며 가장 요란한 소리로 울 때, 검정칼새 떼는 다시 폭포를 향해 순식간에 달려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물살은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고 호시탐탐 검정칼새들을 노린다 수만 개의 포물선을 그리며 가장 물살이 얕은 곳을 찾아 사뿐히 물살 속으로 날아올라 작은 우주선 수천만 대가 절벽에 안착한다

 

낮에는 폭포 속 거대한 물웅덩이 악마의 목구멍*으로 끌어들이고 밤에는 자장가를 불러주는 두 얼굴의 이과수 폭포 속 오늘도 검정칼새 떼는 검은 절벽에 검게 매달려 검은 새끼를 낳아 경사 90도를 넘어 120, 150도 절벽에 매달고 검은 잠 속에 무지개 꿈을 꾸고 있다

 

 

*악마의 목구멍 : 이과수 폭포 중 가장 거대하여 깊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물웅덩이를 가진 유니온 폭포.

 

                           -2013 문학과창작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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