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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그리고 책

옹기전에서/상희구 시집 『추석대목장날』

시산맥 2013 가을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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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전에서

 

 

상대방이 말할 때 고함을 크게 질러야 *재와 말귀를 알아듣는, 가는귀가 살짝 묵은 할매네 옹기전의 안주인 갖난이 할매*가분데 손가락 끝마디를 꼬부려서 곧추세와 가주고서는 독아지 배때기로 콩콩 두딜기마 고 독아지 배때기에서 통통 울리 나오는 소리를 듣고 독아지에 금이 갔거나 깨진 거로, 귀가 잘 들리는 사람보다 구신겉치 골리낸다는 이야기

 

떡 본짐에 지사祭祀 지낸다는

말이 있듯이

밍절 대목에는 모도가 돈을랑

쪼매씩 만지이끼네

 

또 마츰 추석 밍절 지내고 나마

바로 짐장철이 닥치고

짐창절이 지내고

또 겨울을 넝기마

바라 딘장, 간장을 당가야 하지렁,

이래저래 기왕지사 대목장 보로

시장에 나온 김에

짐장 담굴, 짐장 도오로

한분 들바다 본다

 

또 간장, 딘장 도오로

한분 들바다 본다

 

캐쌓아민서

옹기전이

사람들로 항상

뽁딱거린다.

 

*재와 : 겨우

*가분데 : 가운데

 

 

-상희구 시집 추석대목장날중에서-

 

 

 

 

 

대구가 고향인 상희구시인의 대서사시의 서막이 열렸다. 시인은大邱라는 시집에 이어 대구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모어로 쓰는 연작장시> 두 번째로 추석대목장날이라는 시집을 펴냈다. 앞으로 10권까지 펴낼 생각이라고 하니 그 작업이 대단하리라 기대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추석대목이 다가오면 장이 붐비고 모두 들떠 있었다. 지금은 일부 지방에서만 5일장이 형성되고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재래시장이니 대형마트니 해서 항상 장을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장날이면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고 특히 풍성한 가을 추석대목장날은 일종의 축제 같기도 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이 시집에 나오는 인흥장仁興場은 대구의 대표시장 중의 하나인 칠성시장의 모습을 묘사하여 그 1950, 60년대의 추석대목장날 옹기전의 모습을 구수한 대구 사투리로 읊은 시다. 추석에 꼭 필요한 용품은 아니지만 옹기전까지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을 담아 추석의 정겨운 모습을 담았다. 뿐만 아니라 가는귀가 살짝 먹은 할매의 모습을 담아 장애우들의 활발한 삶을 자연스럽게 나타내기도 했다. 이 시집은 이렇게 여러 계층 중 특히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많이 다루었다. 나처럼 대구가 고향이거나 또는 지방이 고향인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고향과 명절의 설렘과 풍성함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집이 아닐 수 없다. (황경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