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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벚꽃 뻥튀기 벚꽃 뻥튀기 황경순벚꽃이 뻥! 터진다.뻥튀기 아저씨 뻥이요! 외치는 순간, 흰 벚꽃들이 순식간에 하늘 가득 구름같이 퍼진다. 4월, 꽃샘바람에 눌려 잔뜩 움츠리던 온몸 온마음 예서제서 뻥,뻥, 토해낸다 빙빙 돌아가던 뻥튀기틀 속에서 참고 참던 열꽃들, 공기주머니 달고 눈부시게 춤을 춘다. 벚꽃 소리로 귀 멀고 벚꽃 속살로 눈 멀어 화엄세계 따로 없는 벚꽃 뻥튀기틀, 한껏 부푼 공기주머니를 내 안에 장만한다. ********문학과창작 2010년여름**********리코멘트 등록 폼청계 2010-04-27 오전 08:09 벚꽃이 핀 모습을 보고 뻥튀기를 생각하셨구나.저는 종종 벌집을 생각하곤 합니다.............ㅎㅎ올봄은 날씨가 많이 궂지요.꽃샘추위도 늦도록 있었고비도 잦았고그래도 봄꽃은 곱게 피어.. 더보기
정지된 비행 정지된 비행나스카의 벌새*는 1,500년을 살고 있다나스카 평원 땅 속에는무슨 꽃이 피었기에길이 100미터의 벌새가그리 오래 살 수 있을까?나스카 사람들은사막에 길을 내듯달의 인력으로돌 하나, 또 하나 들어내고, 모래도 한 줌, 또 한 줌 들어내어10센티미터 짜리,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를 100미터까지,가장 크게 그렸다벌새가 지상의 꽃을 향해 꿀을 먹을 때날개만 움직여 정지된 비행을 하듯이300미터 이상 떨어져 바라보아야만 했던 벌새 벽화처럼하늘의 기구도 정지된 비행을 하며하늘을 제압하고천문을 돌렸다정지된 것도, 움직이는 것도 완벽하지 않다정지된 지구가 화산재로 덮기도 하고살아 움직이던 보호막 대기권에도 구멍이 뚫려 가장 변화무쌍한 기상의 팽팽한 줄이 끊겼다정지된 듯 비행하는 벌새의 날개,나스카로 떠나.. 더보기
그, 반달의 목소리 그, 반달의 목소리 황경순안양천 둔치에 반달 두 개 떴다하늘에서 강물 속에서 대칭을 이루며 어머니 목소리로 떠 있다 바쁜갑제? 우예 전화도 없길래 해봤대이 니 목소리가 와 글노? 마 푹 쉬라 전화 끊재이어머니는 항상 반달이다 환한 보름달이기 보다는딱 절반 모자라는 반달이다 입이 짧다고 나무라던 그 눈, 남보다 잘 못해 주어 미안해하던 그 눈, 멀리 시집보낸다고 눈물 훔치던 그 눈, 그 반달눈 둘이 안양천까지 따라와서 오늘은 목소리가 되었다 찬바람 바튼 기침 따라 하늘의 반달은 사방으로흔들리고, 내장이 요동친다 반달눈 잠긴 강물이 덩달아 심한 기침을 한다어머니는 한 달 내내 반달눈으로 나를 지켜보신다 아니, 어머니의 눈은 사실은, 항상 그믐달이다 그믐달 다음엔 어둠이 오고, 작은 달로 밤을 환히 밝힐 수는.. 더보기
홍도의 별 홍도의 별 황경순홍도 해변에서까만 빠돌들 위에 눕는다으악, 비명이 절로 나온다빠돌들을 짓누른 건 나인데정작 흠씬 두들겨 맞은 건 내 몸뚱이다도대체 얼마나 모가 났길래?어깨를 강타한 한 녀석을 빼내어 달빛에 비춰본다모 난 곳이 하나도 없다 주먹보다 큰 돌이 바다와 얼마나 싸웠으면모 하나 나지 않고 이리도 단단한 야구공이 되었을까보기엔 반들반들 한 치의 틈도 없던 그 녀석의 몸뚱이엔방망이에 저항하기 위한 야구공의 볼록볼록한 홈통들처럼작은 상처가 군데군데 나 있다.파도에 맞선 흉터, 치열한 투쟁의 흔적을 반짝이는 빛 속에 감추고 있다그는, 대륙의 가장 아름다운 홍도봉 중턱에서 집채만 한 바위로 태어났다 바닷물이 대륙으로 쳐들어와 사방이 섬이 될 때 싸우다 온몸이 부서졌다 작은 돌로 다시 부활해 이 해변을 지키.. 더보기
22세기 물탑을 쌓다 22세기 물탑을 쌓다사각탁자 모퉁이에서물로 둥근탑을 쌓는다지름 1.5센티미터, 높이 1미터짜리유리관을 똑바로 세우고속에다 조금 작은 유리관을 거꾸로 중탕하듯이 매달아22세기 물탑을 쌓는다아래쪽은 황금맥주로위쪽은 다이아몬드 물로만날 순 없지만, 서로를 느낄 수 있도록비싼 물탑을, 쌓는다공기방울, 빛, 얼음까지 섞어가며물탑은 아래 위로 돌아 점점 밝아진다분수로 공중분해 되기도 하고사랑으로, 눈물로 벽을 타고 넘치기도 하지만투명한 공간이 아무리 커져도 쓰러지지 않는다내 몸 속으로도 그렇게붉은 피로 탑을 쌓는다공기방울로 숨통을 틔우고, 빛으로 막힌 것을 뚫으며얼음으로 진정시키며.....어두운 기억들이 속속 분해되어내 몸은 점점 가벼워진다2미터, 3미터, 100미터....점점 높은 물탑을 쌓아간다63빌딩이, 남산.. 더보기
소리가 맛이 되고, 맛이 소리가 되고 소리가 맛이 되고, 맛이 소리가 되고물봉선이 핀 숲에서는모든 것이 맛있다계곡물소리, 개미 지나가는 소리, 꽃잎 떨리는 소리,분홍 입술 속에 가득 찬다물봉선이 핀숲에서는모든 냄새가 음악 소리로 변한다나뭇잎 향기, 벌레들의 먹이, 들꽃잎 향기가분홍 귀 속으로 속속 빨려 들어온다숲에서는 소리가 맛이 되고, 맛이 소리가 된다눈도 귀가 되고, 귀도 눈이 된다. 더보기
엇갈린 사랑 엇갈린 사랑 謹 弔 검은 글자마저 떨어지고 하얀 등燈만 바람에 나부낀다. 초록 베옷을 받쳐 입고 애처롭게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한다. 연보랏빛 몸뚱이만 흔들며 곁을 주지 않아 주변만 빙빙 돌게 하고 말았다니…… 땅에 드러누운 하얀 나비는 그래도 연보랏빛 꿈을 꾸는지 접은 날개가 움찔움찔 반짝인다. 謹 弔 바람에 꺼질 새라 작은 등을 보듬고 마구 울부짖는 하얗게 바랜 섬초롱꽃. ********************************************************2007년도에 섬초롱꽃을 보고 쓴 것인데, 어느 식물원이더라.. 이름을 깜빡 했지만 시비로 아마 서 있을 텐데....(이제 생각이 나네요. 안성 청류재식물원이군요.)오늘 아침에도 섬초롱꽃들이 바람에 눈물을 흘리는 듯 했습니다.슬픔을 예.. 더보기
노을 속 탄생 노을 속 탄생샛노란 유정란바다로 뚝 떨어진다 금방 붉은 빛 화색이 돈다 새 생명이 탄생한다 끝없이 넓고 붉은 바다포근하고 따뜻한 어미의 품에서. -문학과창작2009여름호-사진은 청계님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이 사진 보다 동그란 것이 더 선명하고 붉은 빛의 사진이었는데....http://blog.paran.com/machang1251 더보기
나무는 각도를 잰다 *문학과창작2009년여름호 황경순 나무는 각도를 잰다 외 1편 나무들은 저마다 각도를 잰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향해 뛰쳐 나오려고 땅 속에서 저절로 배운다 은행나무 가지는 60도, 층층나무는 90도로 뻗고 뿌리 뻗기 60도, 잎 내밀기 120도, 봄날 햇볕 쪼일 각도 다르고, 한여름 땡볕 가릴 각도 다르다 나무마다, 부위마다 살아남을 각도가 다르다 오차는 없다 다만, 변하지 않는 원칙은 원의 범위라는 것, 휘어지고 버팅기고 더러 살아남기도 하지만 새로운 각도를 재야만 한다. 계산에 서투른 나무들은 끝장이다 우수날, 은행나무 한 그루 되어 눈꽃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살아남을 각도로 손을 쭉 뻗는다. 더보기
꽃잠 꽃잠동백꽃 한 송이 꼬박꼬박 졸고 있다 남해 바다 푸른 물결 하얗게 부서지는 물살 그리며 새하얀 동백꽃 한 송이 실눈을 뜬 채 꽃잠을 자고 있다 양지바른 의자에 앉아 햇살 쪼이는 머리 하얀 팔순 어머님, 내려앉은 눈꺼풀이 무거워 실눈을 뜨고도 벌도, 나비도, 동백기름 발라 머리 빗던 처녀 시절 훤하게 보이시는지 입가에 희미한 미소 띄운 채 꽃잠? 한잠? 깜빡 졸고 계시다. - 문학과창작 2008년 여름-*초고시에 올렸던 작품 수정 더보기
3월, 목격자 3월, 목격자안개 낀 들판에서나를 따라오는하늘의 눈동자를 보았다하얗게 바랜 눈동자로넓은 들 마른 벼밑동자리들 하얗게 물들이며허물을 덮어주고옛소래염전터를 돌아하얀 소금기에 눈물을 흘리고거센 황사바람에눈동자를 깜빡인다섬뜩해서 꽃샘추위도 잊고 떨고 있으면소금, 모래에 절은 내 눈은충혈되어또다른 눈동자를 부른다쉿, 조심해! 관대한 척 하지만, 사실은하얀 눈동자가진실을 캐고 있으니까2008.3.4 더보기
무지개 원피스 무지개 원피스인공폭포를 지날 때마다나만의 원피스 하나 짓고 싶다레포츠공원 한 귀퉁이에서 미끈한 베틀,투명하게 빛나는 씨실 무더기에햇살 날실 재빠르게 북으로 돌리며바디에 번쩍 푸른 하늘을 내려앉혀,오후 네 시의 햇살이 비단을 짜고 있다울퉁불퉁 검은 인조 베틀머리에새하얀 구름 한 점 날아오르면방울방울 부서져 영롱한 무지개 공단이 되는 햇살,탁탁 북소리 들려올 때마다바디를 따라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무지개 공단오후 네 시,시간을 마름질하여무지개 원피스 한 벌 고이고이 지어 입고시간 여행을 하고 있다. 더보기
나는 나, 너는 너 나는 나, 너는 너 황경순 채석강 절벽 위에 샛노란 원추리꽃들이 조롱조롱 피어 있다 샘물 졸졸 흐르고 층층이 깎인 바위 위에 쓰러질 듯 아래로 휘어졌다가 다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먼 바다를 바라본다. 대낮 바위는 땡볕에 몸살을 앓고 바다는 더위에 지쳐 무덤덤할 뿐인데 절벽 위의 원추리들은 의연하게 하늘을 향해 커다란 입을 벌리고 말을 하고 있다. 하늘은 하늘, 산은 산 바위는 바위, 바다는 바다 절벽 위 아슬아슬 피어난 원추리꽃은 그냥 그대로 오늘을 지킬 뿐이다. 더보기
묘법妙法을 수행하다 묘법(妙法)을 수행하다 황경순 한밤중 깨어 거실로 나가다 자외선 소독기의 깜빡이는 점멸등 아래 푸르스름한 안개빛을 보았다. 빨간불 초록불 하나가 신호등처럼 깜빡인다. 유리문 속의 작은 공간에서 으스름 푸른 안개 되어 꿈틀거리는 자외선은, 열심히 책임완수 중이다. 한밤중 직육면체의 각진 모서리는 더욱 뾰족하고 스테인리스스틸 반짝거림은 더욱 선명하다. 반들거리는 스테인리스스틸 좁은 문틀에 내 얼굴이 길쭉하게 확대된다. 가슴이 철렁한다. 내가 왜 저기 서 있지. 길쭉하게 찌그러진 눈, 코, 입. 푸른 자외선 소독기의 내부는 나의 심장이다. 어둠 속에서도 숨을 쉬는 내 심장, 잠들었을 때도 열심히 움직였을 내 심장, 깜빡깜빡 점멸에 싸여 온몸으로 일정하게 숨을 쉬고 있는 내 심장은, 푸른 안개에 싸여 온몸으로 .. 더보기
무관심은 모든 것을 병들게 하고 무관심은 모든 것을 병들게 하고 황경순 홍콩야자는 온몸이 누렇게 떠버렸다. 처음엔 빤질빤질 윤이 나 잘 자라는 줄만 알았는데 뒷면에 숨어서 하루하루 세력을 불린 교활한 진딧물에게 완전히 잠식당했다. 뒤늦게 살충제도 뿌려보고 구역질을 참아가며 손톱으로 박박 긁어도 보았지만 시들시들 이젠 가망이 없다 나 바쁜 걸 어찌 그리 용케도 알았는지 홍콩야자는 생존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손가락을 펼치고 늘 무언가를 떠받들고 있는 홍콩야자는 그 넉넉함과 빤질거림으로 인해 호시탐탐 진딧물의 공격 대상이 되곤 했다. 같은 장소 수많은 화분 중에 유독 그것만 상했으니 다행이랄 수가 없다 공격 대상은 늘 정해져 있는 것을 우리는 잊고 산다. 십년지기를 잃어버린 아린 가슴을 진정시키고 화분을 비운다. 내 키만한 홍콩야자를 대형쓰.. 더보기
무조건 뜨고 싶다 무조건 뜨고 싶다 황경순 강화 화도면에서 꽁꽁 묶인 고깃배 한 척을 보았다. 한 물 두 물 썰물이 속속 지나간 자리에 덩그러니 서서 황톳빛 바다만 애절하게 바라본다. 때가 왔다고 신나서 개펄 위로 포물선을 그리며 활개를 치는 갈매기들의 살찐 몸뚱이가, 조롱하듯이 묶인 닻줄을 툭툭 쳐도 눈은 바다로만 향해 있다. 흙빛 물 속에서 반짝거리는 물고기들이, 몸부림치며 바닷물에 휩싸여 움직이는 것이 지천으로 보이는 걸. 그 위를 둥둥 떠다니고 싶은데 바닷물은 일 미터 이 미터 자꾸만 멀어진다. 갈망하는 것은 늘 저렇게 떠나가는 것인가 갈매기들은 여전히 신이 나서 점점 늘어난 개펄 위를 연신 넘나들며 더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