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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중국 구채구

중국 구채구 여행기 8(완결)/금리(錦里) 거리와 무후사

이번 여행의 마지막날, 성도 시내 관광에 나섰다.

삼국시대의 유적지인 금리거리를 먼저 거닐었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기념사진 한 장

찍기도 힘들었다. 사람들에 치여서....

암튼 삼국시대부터의 유적지가 아직도 보존되고 있다니 대단하다. 중국을 대변하는 붉은 등이 거리마다

걸려 있고,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 먹거리를 파는 먹자골목 등이 있어 성도를 찾는 사람들에겐 필수

코스라고 한다.


삼국시대의 거리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아주 화려하다.

뒤쪽으로는 특이한 양식의 건물들과 붉은 등이 있고 문의 창살이 고풍스럽다.



삼국지에 나오는 등장인물인 유비, 관우, 장비 등 숱한 인물들의 인형을 파는 가게.

인형의 형태도 있고, 술병과 술잔, 접시 등에 그림을 그려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정작 별로 사가는 사

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각종 붓과 깃털제품, 기타 민속 소품들을 파는 가게, 아주 다양한 털로 만든 붓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붓글씨 쓰는 사람이라면 탐낼 만한...그런데 하도 가짜가 많다하니 함부로 사기는 꺼려졌다.


우리 나라에도 인사동이나 전통 행사에 빠지지 않는 설탕 녹여 만든 장식형 사탕....

너무 정교한 무늬를 얇게 새겨서 먹기가 아까워 못 먹을 것 같은! 즉석에서 무늬를 그려 넣는 솜씨가 대

단했다.


먹는 것이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전통의 거리.

각종 꼬치류, 만두, 빵, 음료수, 과자, 빵 종류 등 먹거리들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다른 것은 곧 점심을

먹을 터라 그만두고, 시원한 주스를 사서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이 곳은 전통의 실크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고 실크제품을 판매하는 가게이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빼내는 모습, 삶는 모습, 베틀에서 직물을 짜는 모습을 과정별로 다 재연하여 사람들

의 눈길을 모았다. 우리 나라에서도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관절을 다 조절할 수 있는 신기한 그림자 인형 가게!

일본인들이 정교하다고 하는데, 이런 걸 보면 중국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설탕과자 그림도 그랬지만,

특수 재질로 만든 아크릴 같은 것으로 그림자극 인형을 만들었는데, 관절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게 정

말 신기했다. 사서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사질 못했다.


다음은 금리 거리 입구에서 바로 옆에 붙은 무후사로 향했다.

한소열묘(汉庙)라고도 한다. 유비와 제갈량을 모신 사당으로 1500년의 역사를 지닌 대단한 곳이다.

남북으로 길쭉한 형태로 되어 있으며 먼저 유비의 사당이 있다. 촉한의 역사적 인물을 상징하는 토우가

여러 점 있는데 후대의 조각가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뒤쪽으로는 제갈량(제갈공명)의 사당이 있고 그 자손들의 상이 비치되어 있다. 당비가 있는데 제갈량의

공덕을 칭송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그 뒤쪽으로는 유비의 능이 있다. 이 유비의 묘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파헤쳐지지 않고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점심에는 역시 중식을 먹었다. 가이드가 서비스한 맥주와 음료수, 그리고 우리 팀이 첫날 시간을 지체하

고 걱정시킨 것을 사죄하는 의미로 음료와 맥주를 돌려서 마지막 식사를 성대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간밤

의 만찬보다는 못했지만, 우리 팀은 남은 고추장과 김, 장조림을 털어서 우리와 함께 앉은 다른 사람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5일 동안 다른 팀들과 두루두루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내가 기념으

로주문한죽엽청주(竹葉淸酒)가 도착해서 받고, 차에서 쓴 구채구 풍경 엽서를 붙여달라고 부탁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현지가이드가 두 명이었는데, 구채구쪽 가이드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던 반면, 성도쪽

가이드는 너무 친절해서 모두 이별을 아쉬워했다. 우리도 남은 반찬과 컵라면 등을 주고 왔고, 그 가이

드도 우리에게 라텍스 매장에서 물건을 너무 많이 사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며 고마

워했다. 뻔한 것인데도 부담갖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 예뻤다. 구채구에서 신경질을 부리던 것과 너

무 대조적이어서 우리가 더 고마웠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말 하지 않아도 친절하게 대하면 생각을 자

기도 모르게 하게 되며, 또한 아무리 말려도 좋은 물건, 꼭 필요한 것은 구입을 하게 되는데, 그 쪽 가이

드는 너무 욕심을 부려서 우리가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작은 팬더곰 핸드폰 고리를 하나씩 선물해 주었다. 마음 씀씀이가 바람

직하다고 생각되었다. 그 전날도 일행 중 한 명이 자기가 일행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망고를 사다

달라고 부탁했는데, 받지 않고 자기가 사주었는데 말이다. 나이도 어려서 26살. 나이보다는 걸망해 보였

지만 그 친절함으로 더욱 발전해서 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란다.



그 전날 가이드가 선물한 망고를 비행기에 가지고 탔다. 나는 맛이 없고 싱거워서 못 먹겠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아주 맛있게 드셨다.


오후 4시 비행기를 타고 역시 사천항공에 몸을 실었다.

성도로 갈 때의 기내식은 우리 나라에서 만든 것이라 샌드위치도 맛있고 뭐든지 먹을 만 해서 올 때는

걱정을 안했더니, 덮밥과 과일 및 야채 샐러드를 주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조금 먹고 그만 두었다. 고추

장을 하나 남겨 올 걸 그랬다고 무척 아쉬워 해야만 했다. 절대로 잊지 말자. 외국 여행할 때

'언제 어디서나 고추장은 꼭 남겨두자!'


어느 순간, 해가 지고 있었다.

아, 저 노을....!

1999년 12월,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려가던 비행기, 저 아름다운 노을을 6-7시간 계속 보면서 가던 기억

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남들 다 잠들어도 내가 잠들 수 없었던 그 아름다운 시간들!

이번에는 동쪽으로 향해 가서 더 빨리 사라졌지만, 그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뭉클해졌다.

노을처럼 아름답고 은은한 여운을 남기며, 구채구의 옥빛 물, 황룡이 오색 동그란 호수들을 영원히 잊

지 못할 것이다.